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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 공포·中 부동산 악재에… "한은, 5연속 동결 후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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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 공포·中 부동산 악재에… "한은, 5연속 동결 후 관망"

입력
2023.08.20 18: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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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경기 부진·인플레 둔화 흐름 속
가계부채 급증 부담 등 '딜레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4·5·7월에 이어 5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지난달까지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한은이 쉽사리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기 부담’이 꼽힌다. 최근엔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등 중국발 돌발 악재로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시나리오 실현이 무산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리는 건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수출 회복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점도 금리 인상 명분을 약화시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2.3% 상승해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3%까지 낮아졌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세와 기저효과 등으로 연말 소비자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준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반대로 긴축 압력을 높이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 16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는 연준 입장을 재확인했고, 미국 소비·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이면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져 달러화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출렁대는 이유에는 연준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공포에 위안화 약세가 겹친 탓이 꼽힌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계속 불어날 경우 가계 소비 위축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다수의 금통위원이 대출 급증에 우려를 표했고, 일부는 필요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가계부채 억제를 꼽았다.

이처럼 인상 압력과 부담이 팽팽한 딜레마 상황에서 결국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단 시간을 번 다음 이달 24~26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과 9월 FOMC 분위기를 살필 것이란 의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9월 정도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점도 ‘동결 후 관망’ 전망에 힘을 싣는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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