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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산화탄소 잡아 묻는다...호주 다윈 LNG 터미널 공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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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산화탄소 잡아 묻는다...호주 다윈 LNG 터미널 공사 현장 가보니

입력
2023.08.2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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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저탄소 LNG 허브 구축 프로젝트
동티모르 바유운단 가스전 저장소 활용
SK E&S 바로사 가스도 탄소 없애 국내로

호주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 분리를 위한 탄소 포집 설비가 설치돼 있다. SK E&S 제공

호주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 분리를 위한 탄소 포집 설비가 설치돼 있다. SK E&S 제공


"공장을 둘러보니 아시겠죠? 연간 60만 톤 규모의 탄소포집 설비가 20년 가까이 가동됐습니다. 저장 설비만 있으면 이산화탄소 감축의 핵심 기술, CCS(Carbone Capture & Storage‧탄소포집저장)가 완성되는 겁니다."

16일(현지시간) 호주 북부 휴양도시 다윈의 항구 끝 천연가스(LNG) 터미널. 70헥타르 부지에 우뚝 솟은 각종 기계 장치에 대해 한 시간가량 설명하던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 관계자가 땀 흘리며 말했다. 이곳은 2005년부터 약 500㎞ 떨어진 동티모르 해상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에서 뽑은 천연가스를 해상 터널로 가져온 뒤 가공해 수출해왔다.

바유운단 가스전이 올해 말 고갈되면 다윈 터미널과 운단 사이 해상 터널은 다른 용도로 재활용된다. 개발 중인 400km 인근 바로사 가스전의 천연가스 가공 과정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묻는 '탄소 터널'이다. 신규 가스전 개발과 폐가스전 재활용을 동시에 이뤄 화석연료 개발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이 꿈의 사업은 '다윈 LNG 터미널 프로젝트'. 한국에서는 SK E&S가 산토스로부터 25% 지분을 인수해 참여하고 있다.



CCS 기술 꿈이 아니다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및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 개요. SK E&S 제공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및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 개요. SK E&S 제공


공장과 발전소 굴뚝,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모아 땅속에 묻는 CCS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실현 가능한 기술이 맞냐는 의구심과 지진 등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공개된 다윈 LNG 터미널은 ①기존 바유운단에서 뽑아올린 피드 가스(feed gas·원료)를 가공하는 여러 시설②'몇 가지 관문을 거치면' 들어설 바로사 가스전 관련 시설 부지, ③바유운단에 설치할 '탄소 터널' 부지가 전부였다. 적어도 화석연료의 상품화 과정에서 탄소포집은 '20년 된 기존 설비'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앞에 있는 두 개 흰 기둥은 '흡수탑' 이라는 탄소 포집 시설입니다. 피드 가스를 탑 아래에 넣으면 기체 상태로 꼭대기로 올라가는데 이때 흡수제를 떨어뜨려 흡수제가 가스 속 탄소를 머금고 고체 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듭니다."

리차드 힝클리 산토스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부사장은 "피드 가스에서 불순물을 없애고 액화시켜야 순수한 LNG를 얻을 수 있다"며 "이 터미널은 이산화탄소를 모두 포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제까지 에너지 기업은 저장 시설을 따로 두지 않고 모은 탄소를 태워 없앴다.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 도둑'으로 비판받은 배경이다. 다윈 터미널에도 흡수탑보다 작은, 포집 탄소를 태우는 시설이 있었다.

탄소 저장도 1970년부터 초기 단계의 기술이 상용화돼 있다. 채굴이 막바지에 달한 유전,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마지막 원유, 가스를 긁어내는 원유회수증진(EOR) 공법이다. 기술의 목적은 다르지만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는다는 점에서 땅 위 저장과 사실상 같은 기술이다.



CCS 상용화...남은 과제는 '정치'

호주 다윈 LNG 터미널 전경. SK E&S 제공

호주 다윈 LNG 터미널 전경. SK E&S 제공


세계 각국이 넷 제로를 선언하고 탄소 배출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내게 하면서 '탄소저장소'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갈된 동해 가스전을 CCS 저장소로 재활용하기 위한 실증사업이 추진 중이다. 바유운단 재활용도 그 연장선이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오는 연간 200만 톤 규모의 탄소는 모두 모아 운단에 묻을 계획이다.

단 몇 가지 관문이 남았다. 바유운단을 소유한 동티모르 정부의 최종 인·허가다. 힝클리 부사장은 "동티모르는 수입의 95%를 바유운단 가스전에 의존한다"며 "가스 생산이 멈춘 뒤 고용과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CCS 사업만으로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감안해 수소 등 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호주 정부가 런던의정서 개정안을 비준해야 한다. 국내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만든 탄소를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묻으려면 국가 간 탄소 이동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SK E&S 관계자는 "호주 하원에서 관련 개정안이 8월 4일 통과됐고 7일 상원에 발의된 상태"라며 "9월 국회가 열리면 속도감 있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윈=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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