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내달 28일 추석 연휴 전까지
매일 70명에게 지급… 혼란 방지 차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구상권(빚을 대신 갚아준 뒤 원래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권리) 소송 때문에 묶여 있던 강원 고성 산불 피해보상금이 4년 만에 지급된다.
20일 한국전력과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4월 산불 피해를 본 이재민 등 주민 930명에 대한 보상금 173억 원이 21일부터 순차 지급된다. 총보상금 1,039억 원 가운데 이미 지급된 866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내달 28일 추석 연휴 시작 전까지 하루 70명에게 지급된다. 이재민이 한 번에 몰리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한전은 고성 산불 특별심의위원회가 최종 보상 지급금을 손해사정 금액의 60%로 결정한 데 맞춰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피해지역 주민에게 사전 지급한 305억 원에 대해 한전 책임이 있다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한전은 남은 보상금 지급을 중단해 버렸다. 그러면서 한전은 정부를 상대로 해당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도 제기했다. 정부와 공기업 간 다툼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4년이나 보상금을 못 받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민사소송 1심에선 한전이 사실상 승소했다. 지난달 5일 춘천지법 민사2부는 “정부가 한전에 청구한 400억여 원 중 60억여 원만 비용상환 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 정부의 항소로 보상금 지급이 또 지연될 처지에 놓이자 산불 피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한전은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잔여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장기간 보상이 지연되며 악화된 여론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성산불비대위 측은 “정부의 항소 제기는 실망스럽지만 한전이라도 결단을 내려 다행”이라고 밝혔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전신주에서 튄 불티가 옮겨붙어 시작된 산불은 고성은 물론, 속초 시내까지 번지며 역대급 재난으로 이어졌다.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산불로 주민 2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주택과 각종 시설 913곳이 피해를 봤고 축구장 1,700개 면적의 산림(1,260㏊)이 잿더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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