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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90%가 게임하는데... 신림동 흉기난동이 온라인 게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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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90%가 게임하는데... 신림동 흉기난동이 온라인 게임 탓?

입력
2023.08.17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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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게임 중독' 사건 주요 배경 지목에
쓴소리 봇물... "폭력·범죄 인과관계 없어"
게임업계 "오해 불식 20년 노력에 찬물"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듯 범행했다.”

검찰은 1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범인 조선(33)의 범행 방식을 이렇게 규정했다. 비뚤어진 분노를 발산하는 매개로 조씨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지목한 건데, 검찰의 결론을 두고 게임업계의 반발 등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은 조씨가 게임 중독 상태에서 취업과 결혼 실패 등 사회적 좌절과 고립을 겪으며 쌓인 불만을 묻지마 범죄로 표출했다고 단언했다. 특히 검찰은 온라인 게임과 흉기난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데 공들였다. PC 포렌식 결과 등을 근거로 그가 △범행 8개월 전부터 게임에 몰두했고 △범행 당일에도 게임영상을 시청했으며 △가벼운 뜀걸음, 새로운 타깃 물색 등 범행 수법 역시 1인칭 슈팅게임이 연상된다고 밝혔다. 게임을 범행 동기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연관성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검찰의 발표 내용은 즉각 오래된 ‘게임 혐오’ 논란을 다시 촉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대 남성의 96.9%, 30대 남성의 80.9%가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게임 이용률도 74.4%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게임을 즐긴다는 의미다. 평일 평균 게임 이용 시간 또한 132분이나 된다.

게임영상 시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 분석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게임 스트리밍 시청자는 2021년 기준 9억2,100만 명이다. 2025년에는 규모가 14억1,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 못지않게 ‘게임 보기’ 역시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검찰이 조씨의 반(反)사회적 정서 표출 원인을 사회적 고립 등 시스템 문제에서 찾기보다 ‘폭력적 게임’이라는 손쉬운 해법에서 찾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과 강력범죄의 인과관계도 증명되지 않았다. 올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 브레인스톰연구소가 의학논문 82개를 분석해 보니, 두 사안의 관련성을 딱 부러지게 규명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게임중독이 공격성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설문조사에 의한 것이 전부였다. 연구소 측은 “폭력적 게임이 실제 범죄를 증가시켰다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 외려 게임이 인기를 끌면 역으로 폭력범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검찰의 섣부른 결론의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검찰은 의사가 아니다. 진단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고 질타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흉기난동이 게임중독 때문이라니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보겠습니다’ 급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둘러싼 억측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20년간의 노력에 검찰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으로 다시 돌아간 줄 알았다”며 “이제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검찰의 인식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 내 폭력성과 흉기난동은 의학적ㆍ심리적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이 없다”면서 “강력범죄가 터지면 피의자의 PC 기록 등을 뒤져 게임과 결부시키려는 게 초기수사 패턴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만 검찰은 “게임 중독은 범행동기가 아니며 조씨가 범행 직전 게임 중독 상태였다는 심리분석가의 의견이 있었던 것”이라며 “수사경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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