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상반기 순익 1.2조 최고실적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전 착시
하반기부터 '진짜 성적표' 나온다
손해보험사들이 만족스러운 상반기 '성적표'를 내놨다.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이 일단 미뤄진 덕분인데,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크게 조정될 전망이다.
14일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2,1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07억 원(27.3%)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10조4,145억 원으로 같은 기간 9.6% 늘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2분기만 놓고 봐도 순이익이 6,0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나 늘었다.
다른 손보사도 호실적을 기록한 곳이 많았다. KB손보의 경우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5,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32.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당기순이익 8,390억 원으로 전년 동기(6,700억 원) 대비 25.2% 늘었고, NH농협손보도 1,41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5% 늘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손보는 1,13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5억 원)와 비교하면 무려 17.3배나 높아졌다.
생명보험사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은 9,742억 원으로 전년 동기(6,307억 원) 대비 54.5% 급증했고, 한화생명은 7,038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68.6% 늘었다. 이 밖에 교보생명은 16.3%, 농협생명은 33.2%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보험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이유는 금융감독원의 IFRS17 새 가이드라인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일부 보험사 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금감원은 새 회계기준을 악용한 부풀리기가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의 계리적 가정을 '전진법'으로 한다는 원칙과 더불어 실손보험 가정 산출 기준,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여러모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다.
특히 CSM 가이드라인의 경우 당초 2분기부터 적용될 전망이었으나 보험사들이 반발하면서 올해 4분기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전진법을 적용하면 전 분기 대비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시점이 미뤄진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르면 3분기 결산부터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상반기까지는 보험사 실적이 '임시 성적표'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 회계기준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보험사 간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일부 보험사들이 실적악화를 이유로 금융당국에 적용 유예나 가이드라인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임원은 "향후 발생사고 부채 등에 대한 추가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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