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자 작성자 상당수 포함
소년보호처분도 경미할 가능성 커
"기준 연령 낮춰야" vs "실익 없어"
지난해 법무부의 형법 개정안 발의 이후 잠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촉법소년(범죄의 책임성이 없는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흉기난동 사건 이후 잇따른 '살인예고' 글 작성자들을 잡고 보니,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로 드러나면서다. 특히 살인예고 같은 온라인 범죄의 경우 청소년의 행위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미칠 수 있어,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하는 연령 하한선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7일까지 검거된 온라인 살인 협박범 65명 중 52.3%(34명)는 미성년자였다. 이 중엔 △온라인게임 채팅에 "○○초등학교에서 칼부림 예정"이라고 남긴 초등학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전 은행동에서 칼부림한다"는 글을 올린 13세 남학생 등도 포함됐다. 모두 형사 면제 대상인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이다.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나이라,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경찰은 형사미성년자가 살인예고 글을 올렸더라도 적극 수사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보호처분을 통해서라도 국민 불안과 행정력 낭비를 야기한 책임을 물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호처분은 가장 약한 1호(보호자 위탁)부터 가장 강력한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사이버 범죄는 주로 성인 영역이었지만, 이번엔 소년범 비중이 커 관련법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수사당국이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법조계에선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현행 소년법 취지상 살인예고를 했다고 해서 6호(시설 감호 위탁) 이상의 강력한 처분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소년보호 사건에서 국선보조인을 맡은 한 변호사는 "(살인예고 글을 썼다면)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범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초범이라면 1호 처분(감호위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의한 '소년∙형법 개정'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촉법소년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춰, 일부 청소년이 나이를 방패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폐단을 막자는 취지다. 실제 12일 대전에선 10대 4명이 전기차를 훔친 사건이 발생했는데, 운전은 가장 어린 12세(초등학생)가 했다. 3일엔 무인빨래방에서 난동을 부린 만취 중학생이 "판사 앞에서 울면 그만, 어차피 보호처분"이라는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다.
연령을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해 4월 "사회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연령 하향만으론 근본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경찰 내부에서도 소년범에 대한 사회 안전망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년사건 전문 박인숙 변호사는 "가정환경과 교육 시스템 변화 없이 아이들을 형사재판으로 넘기면 남는 건 트라우마뿐"이라면서 "여론에 휩쓸린 처벌 강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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