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왜 발기부전 치료제를? 의약품 부당 구매·사용 치과의사 14명 입건

탈모약, 태반주사 등 싸게 구매해 사적 사용

게티이미지뱅크

치과 진료와 관계없는 의약품을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한 치과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9월부터 발기부전치료제와 비만치료제 등을 구매하고 투여한 치과의사 14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의료인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필요한 의약품 20여 종을 구매해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기심에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하거나, 태반주사가 몸에 좋다는 말에 직접 주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비만주사, 탈모약, 당뇨약, 파스 등을 사서 사용하기도 했다.

또 성장호르몬제, 대상포진, 폐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등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을 악용해 가족이나 타인에게 투여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한 의사는 마약류에 해당하는 수면제 800정을 구매해 사용하고도 진료 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적발된 치과의원들은 온라인 의약품 도매상을 서로 소개하며 이용했는데, 직원이 의사 몰래 의약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원장 몰래 영양수액제를 200여 병 주문해 가족과 친척에게 주사한 직원, 자신이 복용할 탈모약을 구매한 직원 등도 이번에 함께 입건됐다.

서울시는 환자 진료를 위해 의약품 구매ㆍ사용 권한을 부여받은 의료인 개인이 약품을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것은 권한 밖 행위로 판단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시민의 안전에 직접 관계되는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해선 의료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