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으로 15세 때 영국행
태국서 '친서민 행보'로 존재 각인
현재 태국 왕실 후계 구도 불투명
태국 국왕의 둘째 아들이 27년 만에 다시 모국 땅을 밟으면서 현지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0대 시절 부모의 이혼과 함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태국을 떠났던 그의 ‘깜짝 귀국’이 왕위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칼을 갈고 있다가,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틈을 타고 왕위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아들 바차라에손 위왓차라웡(42)은 7일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 라마 10세는 네 차례 결혼했는데, 바차라에손은 배우 출신 두 번째 부인 쑤짜리니 위왓차라웡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5남매 중 차남이다.
바차라에손은 15세이던 1996년 영국으로 떠났다. 어머니가 결혼(1994년) 2년 뒤 간통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왕실에서 내쳐진 탓이다. 당시 그와 형제들은 대부분의 왕실 지위를 박탈당했다. 지금도 ‘군주의 손자’라는 지위만 갖고 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27년 만의 귀국에 대해 바차라에손은 “다시 돌아와 꿈만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해외에 있었지만 단 한번도 내가 태국인이라는 사실을 잃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태국으로 돌아온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그의 귀국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차라에손의 배다른 누나이자 라마 10세의 7남매 중 장녀인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5·파 공주)는 지난해 말 심장 이상으로 쓰러졌다. 8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왕의 첫째 부인 소생인 파 공주는 검찰 근무 이력으로 ‘검사 프린세스’로 불렸다. 소탈한 행보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태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차기 여왕감으로 꼽혀 왔지만, 빠른 시일 내에 병석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셋째 부인 소생의 왕자(18)도 오래전부터 건강이상설이 나온다. 동복형제들은 여전히 미국에서 변호사와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눈에 띄는 ‘차기 왕세자 후보’가 보이지 않고, 후계 구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각자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애쓰는 가운데, 라마 10세는 아직 공식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바차라에손의 귀국 및 태국 내 활동도 결국 왕위를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귀국 후 사흘 동안 왕실 후원 보육원을 방문하거나, 노상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유명 사원을 찾아 시민들과 만나는 등 ‘친서민’ 행보를 보였다. 시민들도 바차라에손을 환영하면서 왕족에게 하는 장수 기원 인사(long live·롱 라이브)를 했다고 태국 까오솟은 설명했다.
일본 교토대 동남아시아 연구센터 파빈 차차발퐁푼 부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바차라에손의 태국 방문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의 일정은 왕실 공식 행사와 비슷하고, 향후 왕위 계승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태국 왕실은 그의 귀국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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