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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필라테스 확산,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입력
2023.08.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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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한 토크 #26]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비즈니스로 풀어낸 청년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생활체육 인구도 대폭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집합금지 제한이 풀리면서 민간 체육시설도 덩달아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국민의 5%에 달하는 장애인에게 생활체육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생활체육시설, 장애인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 등 여러 이유가 이들의 체육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베리어프리(Barrier-Free)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소상공인이 있다. 디아앤코의 이디다 대표다.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베리어프리 필라테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한 마디로 '무경계 필라테스'입니다."

-재활센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재활은 의료,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분야입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재활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고요. 저는 필라테스 전문가로서,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의미로서의 운동을 강조합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에게 운동이란 단순히 재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활동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보통 장애인은 치료 목적으로만 운동을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은 본인이 가진 가동력과 근력을 활용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활동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비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장애인도 필요한거죠. 그룹레슨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 수강생이 한 공간에서 함께 수업을 진행합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수업이 있나요? 베리어프리라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존 베리어프리 운동은 특정 유형의 장애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필라테스 센터에서는 모든 장애 유형을 케어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타신 분들부터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모두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선호에 맞춰서 진행하면서도 수강생의 신체적 특성을 한번 더 고려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필라테스 수업 중인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필라테스 수업 중인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어떻게 운동을 시작했고, 이를 사업까지 확장하게 됐나요.

"룰루레몬이라는 요가복 회사를 다녔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요가 자격증을 취미로 땄고 수업도 하게 됐죠. 여러 운동 자격증을 따면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고, 우연히 '좋은운동장'이라는 사회적기업에 입사하게 됐어요. 장애인 재활운동을 연구하던 회사였는데 그때 처음 장애인과 접점이 생겼고, 장애인 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게 됐습니다. 한 고객이 필라테스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센터를 알아보게 됐는데, 찾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발품을 팔아 겨우 8곳 정도를 찾게 됐고 대관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어요. 그 때 장애인 생활체육 시장의 어려움을 알게됐고 2021년 1월에 직접 센터를 열게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 금지로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웃음)

-장애인 회원은 몇 명 정도나 되나요?

"개소 초반엔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기간이었고,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장애인 회원 특성 상 한동안 3명의 장애인 회원만으로 운영을 했었어요. 작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10명이 됐고, 올해 50명까지 늘었습니다."

-센터를 소개할때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단어보다는) 베리어프리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전면적으로 내세운다면 홍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센터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함께 하는 운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그런 부분을 강조하면 비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고, 장애인 회원분들께는 차별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센터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올초에 결혼을 했는데 장애인 회원님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부케를 받아주신 분도 휠체어를 탄 회원님이셨고요. 제가 이렇게까지 수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회원님들 덕분이거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응원해주시고 북돋아주셨던것도 기억나고요. 또 제 결혼식에 직접 와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필라테스 수업 중인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필라테스 수업 중인 이디다 대표. 디아앤코 제공

-장애인 생활체육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사실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해 포용적인 사회가 아니다보니까 아직 문제가 많습니다. 장애인 프로그램이 있는 공공체육센터는 대기가 너무 길고, 민간 체육센터들은 장애인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예 장애인 출입을 금지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경증 장애인의 경우에는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공공에서는 대기순에서 밀리고 민간에서는 등록을 거부하니 운동 사각지대에 놓인 거죠."

-일각에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관련 수업도 진행했지만, 현재는 먼저 수익을 내서 사회에 환원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강사양성, 커뮤니티 활성화 등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우선 장애인들께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통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디아앤코가 그려갈 포용적인 사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배리어프리 비즈니스를 운영하다 보니, 장애인 쪽에만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센터를 없애는 거에요. 기존 민간 체육센터들이 배리어프리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제가 꿈꾸는 사업에서는 블루, 그린, 핑크 세 가지 색깔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블루는 장애인, 그린은 시니어, 핑크는 미혼모로 모두 운동 취약계층이거든요. 이런 분들 모두 그리고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사회가 제 목표입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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