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CPI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
PPI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소비 위축→기업 부담→고용 악화 '악순환'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고강도 방역 정책을 철폐한 지 7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는 '차이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 하락했다. 중국 CPI는 올해 3~5월 1% 미만의 상승률을 이어가다 6월 0%를 찍었고, 결국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물가지수 산정의 주요 품목인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26% 급락해 물가 하락을 이끌었다. 운송용 연료(-13.2%), 소고기(-4.8%), 신선야채(-1.5%), 달걀(-0.5%) 등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맥을 추지 못했다. 7월 PPI는 지난해 7월 대비 4.4%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6월(-5.4%)에 비해선 다소 회복했지만 시장 전망치(-4.1%)에는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동향 지표인 PPI는 CPI의 선행 지표로 간주된다. PPI 하락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도 부진하다. 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중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7월보다 14.5% 감소했다.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7월 수입액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 줄어들었다.
"일본의 장기 침체, 중국이 경험할지도"
둥리쥐안 중국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경제가 회복되고 시장 수요가 점진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반면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CPI와 PPI 모두 디플레이션 영역에 있다"며 "중국이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고강도 방역 정책을 접은 뒤 원만한 내수 확대를 기대했지만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제품 가격을 더 낮췄으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소비자들이 물가 추가 하락을 기다리면서 이로 인한 기업의 매출 감소가 투자·고용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확실히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고 못 박으며 "일본이 수십 년 경험한 장기 침체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관광·교육·오락·의료 부문 서비스 물가는 비교적 오름세여서 디플레이션 본격 진입을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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