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민간 합의 '택배 없는 날'에 쿠팡 불참
"백업 기사 있어야 계약하는 시스템"이라지만
노동계 "마음껏 휴가 못 내...쿠팡도 동참해야"
쿠팡이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데 물류센터와 택배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택배노동자들의 휴일인 '택배 없는 날'에 택배 업계 2위 쿠팡이 불참하면서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시 종로구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쉴 때 함께 쉬어야 공정한 부담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통합물류협회가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2020년 고용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 민간 택배사들이 합의한 휴일로, 매년 8월 14일로 지정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이 영업을 멈춘다. 하지만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CLS가 일반 택배사와 시스템이 달라 택배 없는 날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택배업계는 독점 노선을 책임져야 하므로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 원가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를 본인 부담으로 투입해야 하지만 CLS는 업계 최초로 대리점이 백업 기사를 둬야 계약을 맺고 CLS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도 있어 쿠팡의 택배노동자는 본인이 비용을 들여 외부 택배 기사를 빌려올 필요 없이 휴가를 마음껏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CLS 대리점에서 백업 기사가 충분한 곳이 적고 거의 없는 곳도 있다"며 "쿠팡은 다른 택배사와 달리 물류센터가 365일 돌아가기 때문에 주 6일 근무는 기본이고 평일에 휴일을 주고 주말에도 일하라는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택배노조가 지난달 쿠팡 택배노동자 187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여름휴가를 2박 3일 이상 다녀왔다는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또한 응답자의 39.5%는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가장 많은 45%가 '수행률이 떨어질까 걱정돼서'라 답했다. 배송 수행률이 떨어지면 계약이 해지되거나 구역을 빼앗기는 '클렌징'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쿠팡은 최근 오픈마켓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로켓배송인 '로켓그로스'로 택배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3월 CLS는 1위 CJ대한통운에 이어 물동량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CLS의 택배 없는 날 불참이 전체 택배노동자의 권익 보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쿠팡이 택배 없는 날 참여를 회피할 경우 해당 연휴에 모든 물량이 쿠팡에 몰리게 될 것"이라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연휴에 오히려 물량 폭증에 따른 극한의 과로 노동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며 전 사회적으로 합의한 택배 없는 날의 취지도 퇴색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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