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중 스토킹 조직원 있다고 생각"
정신 질환에서 비롯된 사전 계획 범행
'신림역 사건' 모방 범죄 보기는 어려워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은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킹 집단이 있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최원종은 범행 자체는 후회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은 느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전담팀은 브리핑을 열고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10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원종의 범행이 정신 질환에서 비롯됐고, 사전 계획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이 있고, 실제로 피해자 가운데 스토킹 집단 소속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망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범행 후 감옥에 가거나 자신의 범행으로 스토킹 조직이 세상에 알려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최원종이 신림역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의 영향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모방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신림역 사건을 다룬 기사 링크 등을 클릭해 언론보도를 접하긴 했지만, 집중 검색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토킹’과 ‘조직’이 검색 대부분을 차지했고, 스토킹 집단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진술과 부합하는 ‘방사선’ ‘전파무기’ 등에 대한 검색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흉기 난동 전 차량을 이용한 이유로는 “대인기피증이 있어 차량을 이용하면 두려움이 줄어들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원종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후회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자신에게 닥친 결과에 관련된 의미로 해석된다. 수사팀 관계자는 “’후회한다’ ‘반성문을 제출할 수 있냐’는 취지로 말하고 범행 전으로 돌아간다면 범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면서도 “피해자 가운데 스토킹 조직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최씨를 상대로 진행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는 며칠 뒤 나올 예정이다.
최씨는 3일 오후 5시 55분쯤 차량을 몰고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역 인근 인도로 돌진한 데 이어 곧장 AK플라자 백화점으로 들어가 1층과 2층을 오가며 흉기로 행인 다수를 무차별로 찔렀다. 이 난동으로 14명이 다쳤으며, 이 중 차량 사고 피해자 1명은 병원 치료 중 숨졌다. 경찰은 이 사건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지난 7일 최원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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