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탈락 미 여성 축구 대표팀
'남녀 상금 합산해 절반' 규정에
4년 전 우승 때보다도 상금 많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16강전에서 탈락한 미국 여성 축구 대표팀이 100억 원에 가까운 상금을 받는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한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음에도, 미국 여성 대표팀은 4년 전 우승 때보다 훨씬 많은 상금을 챙기게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여성 축구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받게 된 상금은 731만2,500달러(약 96억5,200만 원)에 달한다. 2019년 월드컵 우승 상금(273만 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처럼 '기묘한' 결과가 나온 건 지난해 여성 대표팀이 미국축구협회와 맺은 단체협약 때문이다. 협약에는 '월드컵 상금은 협회 몫(10%)을 제외하고, 남녀 대표팀의 상금을 합산한 뒤 절반씩 나눈다'고 규정돼 있다. 16강전에서 스웨덴에 패한 여성 대표팀에 FIFA가 준 상금은 292만5,000달러(약 38억6,000만 원)다.
반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미국 남성 축구 대표팀은 1,300만 달러(약 171억6,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남자 월드컵 전체 상금 규모가 여자 월드컵 상금 규모보다 네 배 이상 큰 탓이다. 이에 남녀 대표팀이 받은 상금을 합산한 1,462만5,000달러(약 193억 원)의 절반인 731만2,500달러가 여자 대표팀의 몫이 된 것이다.
미국 여성 대표팀이 이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은 건 6년에 걸친 투쟁의 결과다. 대표적인 미국 여성 축구선수인 앨릭스 모건과 메건 러피노 등은 "남자 선수들과 같은 대우를 해 달라"며 축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성평등을 위해 싸워 왔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네 번씩 우승한 여성 대표팀과 달리, 남성 대표팀은 월드컵 우승 근처에도 못 갔는데 상금 차이가 큰 건 불합리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WSJ는 "역사가 훨씬 오래된 남자 월드컵이 여자 월드컵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지만, 비영리단체인 FIFA나 미국축구협회는 양성평등 같은 사명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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