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0월 대선' 앞두고 예비선거
경제 파탄 속 우파 선두 "지출 삭감" 공약
무상 복지 길들여져 "효과 없을 것" 전망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에 '반(反)포퓰리즘' 바람이 불고 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국민들은 만성적인 재정 적자로 경제를 파탄 낸 집권 여당에 등을 돌렸다. 대신 재정 긴축과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우파 야당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인구의 40%를 빈곤층으로 전락시킨 최악의 경제난을 바로잡기는 힘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초인플레·경제난... 여당에 등 돌린 아르헨티나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오는 13일 예비 대선인 '파소(PASO)'를 앞두고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과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이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 '변화를 위해 함께(JxC)'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치 컨설팅 그룹인 '페데리코 곤잘레스 앤드 아소시아도스'가 지난달 17~21일 전국 유권자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JxC 지지율은 34.2%로,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장관을 후보로 앞세운 중도좌파 여당인 '나라를 위한 연합(UxP·28%)'을 앞질렀다. 파소는 대선 본선에 진출할 후보를 추리는 선거로, 유권자 표심을 가늠할 수 있어 '대선 예고편'으로 불린다.
이번 대선은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아르헨티나는 물가 폭등으로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에 처해 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15.6% 상승했다. 2월(102.5%) 32년 만에 세 자릿수 상승률을 찍은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올 들어 주요국들의 물가 상승률이 꺾인 것과는 딴판이다. 폭주하는 물가에 화폐인 페소 가치는 폭락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은 처지다.
'퍼주기'의 만성화... "아르헨 개혁, 쉽지 않을 것"
이에 후보들은 저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친기업 정책을 앞세우는 JxC는 공공 지출을 대폭 줄이는 공약을 내걸었다. 광범위한 무상 복지 등 '퍼주기'로 인기를 끌려는 현 정부가 돈을 찍어 대는 바람에 살인 물가와 재정 파탄이 초래됐다는 이유에서다. 지지율 3위를 기록 중인 극우파 단일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는 "페소를 달러로 대체하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는 극단적인 공약까지 내놨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내건 '개혁'의 가능성과 효과에 고개를 내젓는다. 과거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 이름을 딴 '페로니즘(대규모 무상 복지)'이 수십 년에 걸쳐 아르헨티나를 지배해 온 만큼, 재정 긴축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아르헨티나 전문가 벤자민 게단 국장은 "야당은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좌절한 국민들이 예산 삭감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재정 긴축이 가뜩이나 곤두박질치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더 코너로 몰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예산 삭감은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성장을 끌어내린다"며 "아르헨티나 국민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더 악화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현지에선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률이 올해만 3%가량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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