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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가 잘 안되는 토끼, 알맞은 식이는 무엇일까?

입력
2023.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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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중성화 된 6살 수컷 토끼를 기르고 있습니다. 품종은 미니렉스인데요.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알맞은 식이가 무엇인지 고민입니다. 하루에 주식인 티모시와 건초(연맥, 대맥 등), 약간의 채소를 주고 있습니다.

채소는 수분이 많아 많이 먹이면 배탈이 난다고 들어, 하루에 당근 한 조각 정도 소량으로 주고 있는데요. 가끔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 장 마사지를 해주기도 해요.

하루에 티모시와 건초 그리고 채소를 어떻게 섞어 급여하는 게 좋을까요? 알맞은 식이를 위해 추천하는 권장 비율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미니렉스 품종의 반려토끼. 게티이미지뱅크.

미니렉스 품종의 반려토끼. 게티이미지뱅크.

A. 안녕하세요. 2010년부터 13년째 특수동물(Exotic animal) 진료를 전문적으로 보고 있는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대표 원장 박천식 수의사입니다. 이번 사연은 저희 병원에도 많이 찾아오는 토끼에 대한 사연이네요. 먼저 토끼 주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토끼의 주식은?

초식동물인 토끼에게 주로 급여하는 먹이는 '건초'입니다. 다만 나이에 따라 먹여야 하는 건초가 다른데요.

6개월 이하 어린 토끼에게는 영양이 풍부한 '알팔파' 건초(수분 13~14%, 단백질 18~19%, 섬유소 34~37%, 칼슘 1.2~15%)를 주식으로 급여합니다.

생후 6개월 이상 토끼(성토)에게는 '티모시' 건초(수분 12~13%, 단백질 4~6%, 섬유소 37~38%, 칼슘 0.3~0.4%)를 주시면 됩니다. 물론 티모시를 잘 먹지 않는 경우라면 알팔파와 티모시 중간 정도인 오트(수분 15~16%, 단백질 12~13%, 섬유소 24~25%, 칼슘 0.6~0.7%) 건초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풀을 뜯어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풀을 뜯어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토끼는 왜 건초를 먹어야 할까?

토끼의 소화기는 고섬유질로 이루어진 풀을 소화하는데 효과적인 발효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식물의 장내 이동 시간은 빠른 편으로 정상변과 단단한 변은 4시간, 수분이 많은 연변은 8시간 가량 걸려 배출되죠. 특히 섬유질은 소화기로부터 가능한 빨리 배설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몸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 천적인 육식동물로부터 피하기 좋은 이점이 됩니다.

건초의 굵은 섬유소(비소화 섬유질)는 장 운동을 촉진시키고 장염에 방어 효과가 있습니다. 위장관 정체 및 가스 축적을 예방하죠. 특히 토끼의 위벽은 얇고 팽창 능력이 떨어지기에, 해부학 구조상 강아지나 고양이와 달리 구토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빨리 소화가 되는 섬유질이 풍부한 건초가 주 식이로 적합한 것이죠.

토끼에게 올바른 식이는 무엇일까?

토끼는 나이에 따라 적절한 건초를 계속 공급해 주며, 일정량의 펠렛(간단히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사료)을 제공해 줘야 합니다. 펠렛에는 건초에 없는 지방 등이 함유되어 있어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나쁘지만, 전혀 먹이지 않으면 토끼가 마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른 권고량은 체중 2.2kg당 하루에 종이컵 1/4 정도입니다. 펠렛은 토끼의 체중이나 비만도에 따라 양을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습니다.

생후 3개월이 지나면 비타민 A 등이 풍부한 신선한 야채를 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데요. 여러 가지 야채를 줄 수 있으나 상추와 배추는 많이 먹으면 맹장 내 가스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장 정도만 줘야 합니다.

야채는 하루에 몇 그램을 먹여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치아를 위해 질긴 건초를 먹는 것이 좋기에 건강한 토끼들은 약간의 야채와 건초, 적정량의 펠렛을 추천해 드립니다.

펠렛 사료를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펠렛 사료를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당근 등을 먹일 때도 그릇에 주는 것도 좋지만, 케이지 위에 살짝 걸어놓으면 먹으면서 약간의 운동과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과일을 주기도 하는데, 과일의 당분은 토끼들이 매우 좋아하는 맛이라 잘 먹지만 맹장에 나쁜 가스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주 먹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도 항상 챙겨줘야 합니다. 물은 일반적으로 토끼 몸무게 1kg 당 40~100cc를 먹는데, 더운 여름이나 수유시 또는 질환이 있으면 더 먹을 수도 있습니다.

토끼 소화에 주의해야 할 점

그럼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연 속 토끼를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토끼 소화에 중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알맞은 식이 공급.

집에서 같이 지내는 토끼는 보호자가 주는 먹이만을 먹기 때문에 토끼의 위장관 운동에 알맞은 건초 및 야채 등을 공급해야 합니다.

건초를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건초를 먹는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 치아 관리. 먹이를 먹을 때 앞니 4개로 음식을 절단하고, 어금니 22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씹어먹기 때문에 치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아 관리에는 티모시 급여, 신선한 야채(비타민 A 공급), 적절한 자외선 쬐기, 주기적 치아 검진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환경 관리. 온도 및 소음도 위장관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토끼는 원래 16~22도 정도의 온도에서 지내길 좋아합니다. 토끼는 피부에 땀샘이 없어 기온이 28도가 넘어가면 열사병(Heat stroke)이 생겨 위장관 운동에 장애 및 쇼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이 소음으로 시끄러울 때 그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로 위장관 운동에 정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헤어볼 관리. 털갈이가 심할 때는 위 내에 헤어볼이 형성되어 위정체 및 질환이 생길 수 있어요. 적절한 섬유소 공급과 운동할 수 있는 공간, 헤어볼 제거제(파파야 타블릿 보조제, 생파인애플 등)를 공급해 줘야 합니다.

동물병원에 찾아온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동물병원에 찾아온 토끼. 게티이미지뱅크

끝으로 토끼들은 많이 아파야 그 증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경우 1년에 한 번 건강 검진(방사선, 혈액검사 등)을 받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집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정상적으로 잘 먹고 있는지, 분변의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크게 잘 배설하는지, 소변의 색이 정상적으로 노랗게 배설하는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움직임이 비정상적이고 웅크리고 있는 것도 질환의 초기일 수 있습니다.

사연 속 토끼가 6세라면 주의해야 할 사항은 치아질환, 간 질환, 순환계 질환입니다. 위장관 정체 및 맹장의 가스는 어떤 질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어디가 아픈지 병원에서 신체검사 및 다른 검사들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사연 속 토끼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박천식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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