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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성착취, 살인예고... '자율규제' 실패한 디시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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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성착취, 살인예고... '자율규제' 실패한 디시인사이드

입력
2023.08.08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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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고 글 다수 익명 커뮤니티에 공개
비회원·VPN 활용... 디시 운영 허점 노려
"자율규제 한계... 사업자 책임 강화해야"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7일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무장한 채 순찰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7일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무장한 채 순찰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디씨(디시인사이드) 폐쇄하면 국회의원 XXXX들 밤에 칼로 죽인다.”

잇단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범죄에 경찰이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언한 4일. 당국의 강력 대응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선 무차별 범행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또 올라왔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자극적 표현에도 글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구체적 범행 장소를 언급한 글도 올라왔다가 삭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의 부작용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디시인사이드가 문제다. 올해 4월 ‘우울증갤러리’가 청소년 범죄 온상으로 지목돼 정부의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받았지만 허사였다. 불과 두 달 만에 이곳을 통해 살인예고 글이 끊임없이 양산되는데도 제어는 언감생심이다.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범죄 촉매제가 돼 버린 익명의 공간을, 더 이상 자율규제의 틀에 가둘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우후죽순 살인예고 글... "매개는 디시"

7일까지 온라인에 게시된 살인예고 글은 총 194건. 이 중 65명(구속 3명)이 붙잡혔는데, 20대 남성 이모씨는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흉기 캡처 화면을 올렸다 구속됐다. 이씨가 게시물을 남긴 공간이 바로 디시인사이드이다. 경찰은 이곳을 협박 글을 확대ㆍ재생산하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모방범죄 예고를 시작으로 ‘유명 재수학원에서 학생들을 죽이겠다’ ‘이대역에서 칼부림 예정이다’ ‘수원역에서 살육파티를 벌이겠다’ 등 수많은 범죄 콘텐츠가 디시인사이드를 거쳤다.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2) 역시 이 온라인 공간에서 범행을 암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월 10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시도가 연이어 발생한 우울증갤러리 글. 갤러리 캡처

5월 10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시도가 연이어 발생한 우울증갤러리 글. 갤러리 캡처

디시인사이드는 오래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반(反)사회적 콘텐츠’의 서식처라는 오명도 따라다녔다. 단적으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성착취와 마약류 유통, 극단적 선택 모의가 빈번하게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2019년부터는 고양이, 햄스터 등 동물을 학대하는 게시글이 지난해까지 꾸준히 올라와 일부 갤러리가 폐쇄되기도 했다.

잡음이 일 때마다 정부는 문제 해결과 예방을 사업자에게 맡겼다.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며 우울증갤러리를 일시 차단해 달라는 경찰 요청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과잉 규제를 이유로 업체 스스로 규제 조치를 강화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2년 전 동물학대 전시 갤러리 폐쇄를 요청한 국민청원에도, 정부는 “수사 매뉴얼을 개정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뇌었다.

정부, '자율규제'만 되뇌다 범죄 키워

자율규제 역량은 처참한 실패로 귀결됐다. 디시인사이드 측은 △상시 모니터링팀 40~50명 운영 △금지어 지정 △해외 가상사설망(VPN) 접속 차단 등 규제 정책을 가동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회원들의 변칙어 사용과 신설 VPN 사용에 즉각적 대응이 어렵다고 한다.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이트 운영 원칙 탓에, 문제 회원을 조치하는 ‘이용 자격 제한’ 제도도 사실상 있으나 마나다. 실제 최근 게재된 살인예고 글 상당수는 비회원 자격으로 작성됐거나 VPN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에게 강제력을 동반한 규제 적용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강경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연합(EU)만 봐도, 이달부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 콘텐츠 인지 즉시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온라인이 일상 자체가 된 상황에서 이용자들을 매개로 수익을 내는 사업자의 책임은 더 커졌다”면서 “자율규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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