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염 피해 시원한 극장으로
'바비·오펜하이머' 티켓 매출 급증
미국 AMC 체인 수익 103년 만에 최고
3시간 상영 '오펜하이머' 관객 유인
미국 극장가에 부는 ‘바벤하이머’(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친 말) 열풍의 일등공신이 블록버스터급 폭염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올 7월은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달이었는데 극장가 매출도 최대치를 찍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수록 미국인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세게 트는 극장가를 더 많이 찾은 결과다.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는 7월 마지막 주(7월 21~27일)에 역대 최고치의 주간 입장권 수익을 기록했다. 1920년 회사 설립 이후 103년 만으로,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흥행에 힘입은 것이다. 이 주에만 바비는 9,300만 달러(약 1,216억 원), 오펜하이머는 4,700만 달러(약 615억 원)의 수익을 이 회사에 안겼다.
티켓 매출, 전년 동기 대비 10억 달러↑
미국 영화 매체들은 “두 영화의 흥행은 63년 만에 작가·배우 조합의 동반 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되고 영화 티켓 판매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던 할리우드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미국 영화산업 잡지 ‘박스오피스 프로’의 수석 애널리스트 숀 로빈스에 따르면 올해 7월 30일 기준 박스오피스(영화 티켓)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억 달러(1조3,080억 원) 증가한 58억 달러(7조5,864억 원)였다.
영화의 작품성 못지않게 관객을 끌어들인 건 에어컨이었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소재 마야시네마의 부매니저 호프 토레스는 “기온이 섭씨 38도를 넘는 이른 오후에 사람들이 극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모두 에어컨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를 언급한다”고 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을 한 달 넘게 달군 열돔 현상이 지난달 말 북동부까지 확장되면서 미국 전체 인구(3억4,000만 명) 중 3분의 1가량이 폭염 경보에 노출됐다.
"전기세 내지 않고 시원하게 관람 가능"
애리조나주에 사는 타일러 화이트모어는 “집에도 에어컨이 있지만 영화관에선 전기세를 내지 않고 시원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라면 흥행에 마이너스 요소가 됐을 3시간이나 되는 오펜하이머의 상영시간은 오히려 관객들을 더 불러모았다. 같은 티켓값을 내고 3시간 동안 살인적인 폭염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이에 극장가도 에어컨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영화관 체인인 씨네월드는 “영화관에서 열을 식히고 가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시원함:에어컨이 어떻게 모든 것을 바꿨나’의 저자 살바토레 배질은 “에어컨은 영화산업을 변화시켰다”며 “1920년 에어컨을 처음 도입한 영화관이 등장한 이후 5년 내에 3,000개 극장이 뒤따라 에어컨을 설치했고 여름은 더 이상 불경기가 아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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