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특검→영장 재청구 구속
휴대폰 망치로 파손한 정황 포착
법원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대통령, 비선실세, 대기업 총수의 부패를 도려내는 '검찰 최고의 칼'로 꼽혔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국정농단 특검'을 이끌었던 그였기에, 과거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박 전 특검 구속과 함께, 검찰의 대장동 '50억 클럽' 실체 규명을 위한 수사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부 요직(서울지검 강력부장)과 특별수사 핵심 보직(대검 중수부장)을 두루 거친 박 전 특검은 2016년 11월 30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구속 인원만 13명에 달해 '역대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는 '국민특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7년 4월 관련 사건 첫 공판에 직접 나선 박 전 특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고 규정하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지 않으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경제 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대장동 일당에게 돈을 받고 편의를 알선한 부패 혐의로 6년 만에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 사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에게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일부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성남의뜰 컨소시엄 대출 관련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로 김씨 등에게서 5억 원을 받고 50억 원을 약속받았다고 본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남 변호사에게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아울러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수사·공소유지를 맡던 2019년 9월~2021년 2월 딸 박모씨가 화천대유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받은 11억 원(청탁금지법 위반)도 영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사실상 박 전 특검이 수수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2020년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도 이미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6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거쳐 재청구했다. 이번 영장이 발부되는 데는 증거인멸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2월 박 전 특검이 자신의 휴대폰을 망치로 부순 정황을 포착,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아들의 화천대유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50억 클럽' 관련 검찰 수사는 주춤했다.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늑장수사·부실수사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인사 중 곽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구속된 인물이다. 이 의혹은 김만배씨가 정치권·법조계·언론계 인사 6명에게 50억 원씩을 챙겨주려 한 정황이 담긴 '정영학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거명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추가해 보강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50억 클럽에서) 제기된 의혹은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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