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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도 없고 물도 부족한 '40도 땡볕'... "잼버리 하다 대형사고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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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도 없고 물도 부족한 '40도 땡볕'... "잼버리 하다 대형사고 날라"

입력
2023.08.0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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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습 환경에 고온 더해져 최악 환경
폭염 견디지 못한 80여명 쓰러져 병원행
전기·식수 부족 등 준비 상태도 부족
"혐한 제조 축제"... 잇따른 지적·비판

2일 오후 4시 전북 부안군 세계잼버리 야영장에서 온도계가 38도를 기록하고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2일 오후 4시 전북 부안군 세계잼버리 야영장에서 온도계가 38도를 기록하고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숨도 못 쉬게 더워요. 너무 더워서 기절하듯 잠들었어요. 그리고 벌레가 너무 많아 힘들어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청소년 야영 축제) 행사장의 한낮 온도가 40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하루에만 400명에 달하는 온열질환(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 환자가 속출했다. 일부 참가자는 공식 행사에 참여했다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참가자들이 그늘 한 점 없는 간척지 땡볕 아래서 허덕이는 상황임에도, 주최 측의 준비와 대응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태로 대회를 강행하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2일 새만금에서 만난 잼버리 참가자(스카우트)들은 상상을 초월한 더위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나오미(17)는 "매우 도전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며 인터뷰 내내 땀방울을 쏟아냈다. 8세 때부터 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다수의 야영 활동을 경험한 그에게도 지난밤은 매우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나오미는 "멕시코 더위에 이미 익숙한데도 (한국에선) 높은 습도 탓에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며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샤워를 하고 물을 마시며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스카우트로 잼버리에 참여한 나오미. 부안=김진영 기자

멕시코 스카우트로 잼버리에 참여한 나오미. 부안=김진영 기자

나오미의 토로가 엄살은 아닌 것이, 이날 본보 기자가 오후 4시 잼버리 야영장의 기온을 재보니 38도까지 치솟았다. 그늘에서도 수은주가 36도까지 오른 살인적인 더위였다. 특히 서해에서 불어온 습하고 더운 바닷바람에 간척지가 머금은 습기가 더해지며,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한증막과도 같았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오후 개영식이 끝난 직후에는 스카우트 대원 등 80여 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관과 119구급대원은 탈진 증세를 보인 온열질환 환자들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설치된 덩굴 터널 내 캠프가 설치돼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설치된 덩굴 터널 내 캠프가 설치돼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열기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야영장 곳곳에 물을 뿌렸지만, 원체 습한 날씨 탓에 큰 소용이 없었다. 더위를 막겠다며 야심 차게 준비한 '덩굴 터널'(물안개를 분사해 온도를 낮추는 장치)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행사장 곳곳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스카우트들이 그늘마다 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고, 아예 덩굴 터널 안에서 캠프를 차린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폴라드 자원봉사자 리라가 벌레 물린 자국을 보이고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폴라드 자원봉사자 리라가 벌레 물린 자국을 보이고 있다. 부안=김진영 기자

스카우트들은 더위에 더해 벌레와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내렸던 폭우 때문에 군데군데 웅덩이가 남아 있어 모기 등이 기승을 부렸다. 폴란드에서 온 자원봉사자 라리(22)는 “어제 너무 힘들어서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다리 곳곳이 벌레에 물려 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팬이라서 한국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입국했다는 라리는 더위와 벌레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카우트와 자원봉사자들은 "기본적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도자 자격으로 참가했다는 한 네티즌은 열악한 야영 환경을 지적하면서 "캠프에 전기가 안 들어와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없고, 몇십 개 유닛이 모인 하나의 서브캠프 충전소에서 핸드폰 충전을 한다"고 말했다. 또 "밀키트가 모자라, 식사는 구운 계란과 초코파이로 대체됐다"며 인증 사진이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땡볕에 무방비로 노출된 야영장 사진을 올리며 "물 보급도 적어 물을 사먹고 있고, 돈 많은 애들은 아예 호텔을 잡는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번 대회 때문에 한국에 대한 외국 스카우트들의 인식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며 "혐한 제조 축제"라는 자조성 글도 줄을 이었다.

조직위에 따르면, 전날 잼버리 숙영지에선 400여 명에 달하는 온열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벌레에 물려 진료받은 이들을 합치면 하루 동안 800명 이상이 진료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조직위는 1일까지 입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부 국가 스카우트들이 무더위를 피해 입영 일정을 연기하면서 2일 열린 개영식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가 속출했다. 일부 국가 스카우트들은 새만금에 가는 대신 서울 등에서 관광 일정을 먼저 소화한 경우도 있었다.

부안= 김진영 기자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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