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떨림 등 잇단 결함에 흥행 골머리
6월 1334대→ 7월 1251대 판매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출시 초반부터 잇단 결함 논란에 휘말리며 시장의 차가운 시선과 맞닥뜨렸다. 출시 직후 불거진 창문 떨림 현상에 이어 이번엔 도로 안전과 직결된 주행 중 동력 상실 결함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다. 회사 측은 원인 조사에 들어갔는데 최대한 빨리 원인을 밝히고 시정 조치 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까지 EV9을 인도받은 소비자들로부터 주행 중 동력 상실 결함을 접수해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EV9 운전 중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았음에도 기어가 중립 상태로 바뀐 뒤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서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특히 운전자는 물론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에 대한 2차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ICCU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라 심각"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EV9에서 발견된 결함은 지금까지 전기차 동력 상실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과는 다른 형태인 소프트웨어 문제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앞서 EV6 등에서 발견된 ICCU 문제는 가속 중 동력이 끊기더라도 정지할 때까지 다섯 단계에 걸쳐 속도가 줄어들어 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EV9은 갑자기 고전압이 끊겨 차량이 멈추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과 교수는 "고전압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 전원이 차단돼 전류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원인을 빠르게 알아내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문제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리콜 등 후속 행정 처리를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출시 초반부터 차량에 대한 걱정거리가 늘면서 판매량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날 기아가 발표한 7월 차종별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EV9은 7월에 총 1,251대가 팔려 출시 첫 달인 6월(1,334대)보다도 83대 덜 팔렸다. 출시일이 6월 19일인 점을 감안하면 7월 한 달간 판매량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돈다는 평가다. 기아에서는 계절적 비수기라 전체 차량 판매가 줄어든 데 따른 현상으로 보지만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해 구매를 보류하고 있다는 시선 또한 많다.
"정확한 원인 파악 즉시 리콜 등 선행해야"
EV9 구매자 및 구매 대기자들은 자동차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기아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널찍한 공간과 다양한 신기술을 집어넣으며 기아의 '상반기 야심작'으로 꼽힌 차량을 불안에 떨며 타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EV9이 최소 7,000만 원 대에서 시작, 상위 트림에 다양한 기능을 채울 경우 최대 1억 원을 넘기는 고가 차량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구매자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전문가들은 EV9이 초반 결함으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면서 기아가 최대한 빠르고 솔직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6월보다 7월 판매량이 줄어든 건) 전기차 화재가 늘었을 때 사려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처럼 안전 문제에 예민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빠른 리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아 관계자는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분석 결과에 따라 적절한 시정조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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