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장, FTA 협상 재개 공식화
“우크라·태평양 무력 사용, 용인 못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7월 31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오른쪽) 필리핀 대통령 및 그의 아내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유럽이 안보 협력을 매개로 필리핀에 구애하고 있다. 중국에만 교역을 의존하지 말고 유럽으로 상대를 바꿔 보라면서다.
필리핀을 찾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7월 31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와 무역 등 다방면에서 필리핀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U 보도자료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불법 무력 사용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인도·태평양 역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며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서로 분리될 수 없고, 이것이 우리가 인도·태평양 역내의 긴장 고조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한 2016년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당시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해역이라 주장하는 중국을 제소했고, 재판소는 중국의 이런 입장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보 협력 제안은 결국 경제적 이익 도모를 위한 지렛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가 (지리적으로) 누가 이웃 국가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누구와 일하고 어떤 조건으로 할지는 직접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리핀이 니켈의 90%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녹색혁명’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17년 이후 교착 상태인 EU·필리핀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재개할 방침이라고 이날 공식화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방문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마르코스 대통령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 재임 때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필리핀과 관계가 틀어진 유럽 입장에서는 개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최근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의 관계를 활용할 전략적 방안을 서방이 찾고 있었던 만큼 그런 행보의 연장선으로도 이번 방문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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