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입주민들 대규모 집회 예고
갑 해법엔 을, 을 해법엔 갑 반대
갑·을 정치권 '서로 네탓'에 분통
전남 여수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규제 완화 문제가 갑·을 정치권 갈등으로 표류하면서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여수 을 지역구가 주도한 해법엔 갑 지역구에서, 갑 정치권이 주도한 해법엔 을 정치권이 반대로 무산되면서 지역민들은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할 뿐 생숙 문제 해결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다.
31일 여수시와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생숙 거주민들이 8월 중순쯤 더불어민주당 당사 집회, 국회 기자회견 등 여수시 갑·을 정치권을 규탄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 정치권이 생숙 문제 해결보다 갑과 을로 나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주철현(여수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생숙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제안했다. 26일부터 28일 중 여수시문화홀에서 찬·반 양측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8월 1~4일 사이 조례화를 위한 임시회를 개최한다는 구상이었다. 여기에는 여수갑 지역구 시의원들이 가세했고 정기명 여수시장·김영규 여수시의회 의장까지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제안한 토론회는 을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김회재(여수 을) 의원은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던 토론회"라며 불쾌하단 입장을 보이며 합의를 거부했고, 그간 조례 개정에 반대해 왔던 시민사회단체 등도 불참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여수 을 정치권이 생숙 해법을 요구하고 갑 정치권이 반대해왔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앞서 김회재 의원은 "규제 강화로 인해 ‘내 집’으로 마련한 집이 주거가 제한되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될 상황이 됐다"며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숙 규제를 완화를 찬성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을 지역구인 최정필·이선효·이석주 시의원 등은 지난 1월 생숙 조례 완화를 골자로 한 조례를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 주체를 놓고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갑·을 정치권의 모습을 두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보당 여수시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사사건건 여수 갑 지역구와 을 지역구 국회의원이 대립하며 시의원을 줄 세워서 싸워대는 통에 시민들은 점점 정치를 외면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며 "입주민의 애타는 호소나 특혜 시비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애당초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들 역시 반발, 규탄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한 생숙 입주민은 "주철현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면 서명을 안 한 김회재 의원에게 따지라 말하고, 김회재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면 주철현 의원이 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아오라는 식"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민 박민수(67)씨는 "입주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지역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지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면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지역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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