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연기에 대중성 잡은 배우 이성민
수사물에 '인간' 돋보이는 '형사록2'의 김택록 역
"인기에 들뜨지 않아…새로운 캐릭터라면 작업"
※ 이 기사에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형사록2'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늙은 형사'는 오랜 시간 뒤를 쫓아왔던 악의 실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 '괴물'은 알고 보니 절친한 동료이며, 악의 뿌리가 된 조직은 과거 자신이 만든 사모임 '오무사'("오늘도 무사히")였다. 사람들 앞에 그의 '절친'의 민낯을 고발하는 순간, '늙은 형사'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겹쳐 지나간다. '친구'와의 질긴 인연을 정리하는 '형사록'의 정점을 찍는 순간, 정작 이 장면을 연기한 이성민(55)은 덤덤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찍었는데 특별한 계산도, 디렉션도 없었어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시즌1부터 ('친구'에게) 희생됐던 많은 사람을 생각했어요. 우연히 그런 표정이 나왔네요."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말이다.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는 시즌1에서 등장한 협박범 '친구'의 배후를 쫓기 위해 돌아온 형사 김택록(이성민)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다. "'형사록'으로 기억에 남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을 한다"는 이성민의 말처럼, 김택록은 여느 수사물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공황장애가 있고, 과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형사로 사는 매일을 기록한다. "넌 원래 그런 놈이야. 네가 만든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나약한 경찰이라고!" 일갈하는 '친구'(정진영)에게 흔들리는 인간적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올곧다고 생각하는 길로 나아간다. 택록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은 이성민이 '형사록'을 선택한 이유기도 했다. "원제가 '늙은 형사'였는데,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온 형사의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수사물에서 '인간'이 보이는 지점이 차별화된 작품이죠."
탄탄한 '형사록'의 스토리도 웰메이드 찬사를 들을 만했지만, 역시나 이 시리즈를 완성시키는 것은 이성민 그 자체다. 은퇴를 앞둬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지만 형사로서의 직감이 살아 숨 쉬는, 여러 면모의 김택록을 그는 다양한 얼굴로 연기한다. 그 얼굴에선 그에게 최고의 전성기를 안긴 전작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성민은 긴 무명 배우 생활을 지나 이제는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대중성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는 대중의 인기만으로 배우로서의 행복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10년 전 MBC '골든타임'(2012)으로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을 때, '꿈꾸던 일이 다 이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젠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큰 의미로 두기보다는 좋은 작품에 멋진 캐릭터로 관객들과 새롭게 만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에게 '다작' 배우 타이틀이 생긴 이유도 여기와 맞닿아 있다. "새로운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를 찾아 주면 주저 없이 작업을 한다"는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 자체가 좋은 자극이고,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설명했다. 그는 '늙은 형사'인 택록을 보며 배우로서 나이 듦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세상과 환경도, 배우인 제 입장도 변화하겠죠. 젊을 때는 무언가 투쟁하면서 살았다면, 무던하게 순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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