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3년 아파트 정전 신고 분석해보니
7,8월에 정전 신고 38% 몰려
25년 이상 노후 아파트 정전이 전체 4분의 1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주말 사이 전국에서 아파트 정전 사고가 잇따랐다. 폭염과 열대야로 가정마다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아파트 변압기 등이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인데 특히 지어진 지 25년 넘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정전 사고 확률이 높아 에너지 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3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오후 9시쯤 경기 의왕시 한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해 1,6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1시간가량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앞서 이날 오후 8시쯤 광주시 남구 월산동 한 아파트 2개 동 300여 가구에도 정전이 발생했다. 노후된 변압기에서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나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공급 여유 있어도 아파트 변압기 때문에 정전 날 수도
정부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7, 8월을 전력수급 대책 기간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장마, 태풍으로 인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줄어드는 데 비해 전력 수요가 큰 냉방기 사용이 늘면서 여름철 최대 수요는 △2019년 90.3기가와트(GW) △2020년 89.1GW △2021년 91.1GW △2022년 93.0GW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더위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올해는 전력수급 대책 기간을 보름가량 앞당겨 6월 15일~9월 15일로 정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신한울 원전 1호기(1.4GW)를 비롯해 원전 가동량이 지난해보다 약 2.8GW 더 늘면서 전국적으로는 전력 공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각 가정과 발전소의 전력을 이어주는 수전설비(자체 변압설비)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전력공급이 충분해도 정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전기안전공사가 2018~2023년 5월까지 접수한 전국 아파트 정전사고 건수는 총 813건으로 이 중 38%인 313건이 여름철인 7, 8월에 몰렸다.
특히 정전을 신고한 아파트의 절반인 48.9%는 준공 20년이 넘었다. 그중 20~25년 미만 아파트가 22.5%(183건), 25년 이상 아파트가 26.4%(215건 )이었다. 이병열 전기안전공사 기술진단부 안전기술팀장은 "20~30년 전에는 한 가구당 전력 수요를 1~2kW로 계산해 아파트 변압기를 설치했지만 최근에는 가구당 5kW로 잡을 만큼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변압기가 오래됐거나 용량이 적은 경우 정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전기 설비를 교체하면 되지만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입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관련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설비 교체가 재건축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안전공사는 "6월부터 이달(7월) 말까지 전국 25년 이상 노후 아파트 500개 단지의 안전 컨설팅을 실시하고 취약 시설에 정밀안전진단을 안내할 계획"이라며 "노후 공동주택 수전 설비에 대한 정밀검사 제도를 도입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