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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금 2억3,680만 원"... 10만 원도 못 깎아 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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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금 2억3,680만 원"... 10만 원도 못 깎아 줘, 왜?

입력
2023.07.3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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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 기준 강화 본격 시행
'공시가ⅹ126%=시세'로 굳어져
후폭풍 커지자 여당도 문제 제기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에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에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뉴스1

요즘 서울·수도권 빌라 전세 시세를 보면 달라진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기본 500만 원·1,000만 원 단위로 끊어 '1억1,500만 원' '1억2,000만 원' 식으로 정해지던 전세 시세를 '2억2,040만 원'처럼 10만 원·100만 원 단위로 매긴 매물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세보증 기준을 강화한 지 한 달여 만에 생긴 변화로 정책에 대한 시장 반발도 크다.

'공시가ⅹ126%'에 맞춘 전세보증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일보가 최근 일주일간 서울·수도권 빌라 전세 매물을 분석했더니, 전셋값 끝자리가 10만 원·100만 원 단위로 정해진 매물이 수두룩했다. 이는 정부가 3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5월 1일부터 전세보증 기준을 대폭 강화한 뒤 나타난 현상이란 게 중개업계 설명이다.

기준 강화란 정부가 빌라를 고리로 한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전세보증 가입 기준선을 '공시가ⅹ140%'에서 '공시가ⅹ126%'로 낮춘 걸 가리킨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정부의 전세보증이 절대적이라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면 세입자를 들이기 어렵다. 결국 집주인들이 새 기준에 전셋값을 최대로 맞추다 보니 끝자리가 '10만 원' 단위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전세사기가 심했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이런 매물이 특히 많다. 까치산역 인근 한 중개업소엔 최근 A빌라가 2억3,680만 원에 전세 매물로 등록됐다. 이 빌라의 올해 공시가격은 1억8,800만 원. 전세보증 기준선(2억3,688만 원)에 딱 맞춰 시세를 매겼다.

중개업소 대표에게 전세 시세가 통상 500만 원 단위인 점을 내세워 168만 원을 깎아 2억3,500만 원에 해 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올해 공시가 하락과 전세보증 기준 강화로 집주인이 전셋값을 5,000만 원 넘게 낮춘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고려하면 10만 원도 깎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같다. '공시가ⅹ126%'가 시장 시세로 굳어진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빌라 전셋값은 3억600만 원으로 '공시가ⅹ126%' 값(3억618만 원)과 같았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전용 49㎡ 빌라 역시 올해 공시가(1억1,100만 원)에 126%를 곱한 1억3,900만 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정부가 강제로 시세 낮췄다" 집주인 반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시장에선 집주인들 반발이 상당하다. 정부가 시장 가격과 괴리가 큰 공시가를 전세보증 1순위 기준으로 활용하게 한 결과, 전세 시세를 인위적으로 더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 하락했는데, 빌라 전셋값도 이 수준만큼 내려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임대사업자 김모씨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KB시세를 따르면서 빌라만 시세 현실화율이 낮은 공시가를 기준으로 해 빌라 시세를 강제로 하락시켰다"며 "이러면 누가 빌라 전세를 내놓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회복 중인 아파트 전세시장과 달리 빌라 전세 매물은 급감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1~6월) 서울의 빌라 전세 비중은 53.4%로 조사 이래 역대 최저를 찍었다.

여당에서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온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전세보증에 가입된 주택의 절반가량이 강화한 기준에선 탈락할 걸로 추산되는데 청년·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빌라가 60%로 가장 높다"며 "일률적인 기준 강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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