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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의 조건

입력
2023.07.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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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의 마음 읽기]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공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세워 일을 추진할 때, 자신이 가진 강점과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남이 더 잘하는 일들은 맡겨서 할 수 있게 한다. 이른바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조직을 정비할 때 생산과 유통 혹은 직원식당, 고객 서비스 등의 일부 기능을 다른 회사에게 맡기는 것을 합리적인 경영 기법으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콜센터를 외국에 두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적은 돈과 인력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양산이나 현지의 환경오염 등 다양한 부작용도 종종 알려지고 있다.

먼 미래를 그린 SF 영화에서는 민간 회사에 경찰력과 국가운영까지 맡기고 있으니 어디까지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조직 운영자라면 어디까지 아웃소싱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사실 인간 역사에서는 일상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땔감을 구하고 물 긷는 것에서부터 사냥·농사 등 음식을 구하는 것은 물론, 온 식구의 빨래와 집안 수리까지 본인이 다 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현대 산업사회의 서비스업이라는 것이 어쩌면 대부분 내가 할 일을 타인에게 맡기고 돈을 지불하는 것에서 발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포함한 음식 배달 서비스, 혹은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는 것도 일종의 아웃소싱이라 할 수 있다. 동네에 흔한 반찬가게도 타인의 노동력을 사서 원래 주부가 하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직장인이 급격하게 증가한 산업 시대 이후에는 대규모로 표준화된 학교나 유치원,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것도 당연하게 되었다. 이것도 교육과 학습에 전문성을 가진 분들에게 자녀의 교육을 일정부분 맡기는 행위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 부분은 여타의 다른 분야와 좀 다른 것 같은데, 요즘은 몹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음식에서 나온 불순물이나 서비스 질에 대해 클레임을 걸어 갑질을 하듯이 선생님을 돈 주고 부리는 사람처럼 대하고, 심한 감정 표출까지 하는 경우를 요즘 많이 본다. 몇 번 그러다 보면 선생님도 방어적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의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일은 남아 있다. 돈을 주고 시키는 일이지만, 배달된 음식을 데워 그릇에 담는 것이나 세탁물 포장을 벗겨 옷장에 거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대신 일을 해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내 몫이다.

하물며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행동 규범에 대한 기본적 훈육, 감정 조절 연습, 사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 범절은 기본적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하거나, 본인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모두 화를 내고 내 위주로만 사는 사람이라면 그 아이도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또, 멋대로 화를 냈더니 원하는 것이 얻어졌다면 그 아이는 필요할 때마다 감정을 드러내는 짐승처럼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조절해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모를 포함한 직계 보호자의 역할이다. 선생님은 미처 부모가 미쳐 몰랐던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주고, 사회인으로서 학령기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어른에게서 받아야 할 ‘좋은 영향’도 주곤 한다. 부모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해주고 칭찬과 훈육을 통해 미래를 지지해주던 좋은 선생님의 기억 덕분에 지금 제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어른들이 많지 않은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 사이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존중과 예의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직업 윤리나 소명 의식만으로 버틸 수 없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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