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 사이트로 유인 후 개인정보 빼내
한도 증액 명목 카드발급·상품권 구매 유도
피해자 계좌는 다른 범죄 계좌로 악용하기도
자영업자 A씨는 급전이 필요하던 중 대출광고 홈페이지를 찾았고 간편 상담코너에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이후 대출 중개인이라는 인물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거래 실적이 많으면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며 체크카드 발급을 유도하고 단기간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상품권 구매를 권유했다. “당신이 구입한 상품권 대금은 우리가 송금할 것”이라는 말을 믿은 A씨는 카드 결제 계좌번호도 알려줬다. A씨는 구매한 상품권을 우편으로 전달하고 대출을 기다렸으나, 자신의 계좌는 지급정지 됐고 다른 전자금융거래도 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A씨의 계좌를 다른 피싱 피해자인 B씨에게 알려줬고, 뒤늦게 피해를 알게 된 B씨가 A씨 계좌를 신고한 것이었다.
이처럼 대출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 소상공인 정책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것은 물론 계좌마저 별도의 피싱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27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자영업자에게 거래실적이 많거나 신용등급을 올리면 정책대출 금액이 커진다고 속여 체크카드 발급과 상품권 구매를 유도한 뒤 피해금을 현금화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자영업자가 상품권을 구매하면 이를 조직원이나 우편으로 보내라고 요구한 뒤 가로챈다.
문제는 자영업자 계좌가 다시 범죄에 활용돼 추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 상환, 수수료 등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했던 기존 정부지원 대출빙자 사기와 달리, 이번에 나타난 신종 수법은 자영업자의 계좌를 다른 피싱 범죄 계좌로 악용하면서 피해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상품권을 사서 넘긴 자영업자의 계좌를 다른 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는 계좌로 악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송금ㆍ이체된 계좌의 경우 명의인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도 피해구제 절차가 진행되는 약 3개월간 지급이 정지되고, 명의인은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다. 이미 상품권 편취 피해를 당한 자영업자가 금융거래 중단이라는 추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사기 공범으로 몰려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웹사이트 대출광고나 대출상담 유도 전화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시중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대출금리나 파격적 대출조건 등을 내세우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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