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마니푸르주 참상 설명하라”며
의회서 불신임안… 퇴진 요구 시위도
힌두 민족주의 여당, 사태에 ‘모르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 투표대에 서게 됐다. 인도 사회를 들끓게 한 집단 성폭행 사태에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5월부터 시작된 마니푸르주(州)의 부족 간 충돌이 무자비한 성폭력으로 번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모디 정권을 향한 퇴진 요구까지 터져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인도 국민의회당(INC) 등 야당들이 모디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총 542석인 하원 의회에서 여당 인도인민당(BJP)이 301석을 차지하는 만큼 투표로 모디 총리가 축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 하원의원 마노지 쿠마르 자는 “숫자로만 따지면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불신임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총리는 의회에 나와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들은 모디 총리에게 의회에 출석해 마니푸르 참상에 관해 설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불신임안을 꺼내 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야당 의원들은 27일 마니푸르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등원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80일 충돌에도 정부 무관심…왜?
인도와 미얀마 국경 지대인 마니푸르에서는 올해 5월 3일부터 메이테이족과 쿠키족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는 힌두교도이자 이 지역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메이테이족의 편을 들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충돌도 법원이 쿠키족이 소수민족인 ‘지정부족’으로서 받는 일자리·교육 등의 혜택을 메이테이족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기독교를 믿는 데다 지역 인구의 15%에 불과한 쿠키족 등은 격렬한 반발에 나섰고 방화와 총격, 약탈 등이 벌어져 100여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사태가 80일 넘게 계속되는 동안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5월 4일 메이테이족 남성들이 쿠키족을 습격해 여성 두 명을 발가벗겨 거리에서 끌고 다니는 동영상이 이달 초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장이 급격히 커졌다. 여성들은 숲으로 끌려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쿠키족 여성들이 당한 추가 성범죄 폭로도 잇따랐다. 이들은 경찰이 피해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묻었다고 주장했다. 그제야 모디 총리는 지난 20일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수도 뉴델리까지 번진 인도 전역의 항의 시위에서는 모디 총리의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 델리 여성위원회의 스와티 말리왈은 “모디 총리와 정부는 마니푸르주의 성폭행에 대해 침묵하며 이를 중단시키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에서 지적했다.
내년 총선에서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에게 마니푸르주 사태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방송 역시 “마니푸르주의 민족적 긴장은 총선을 앞둔 모디 총리의 안보·정치적 실패”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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