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쿨 위드 유'에 정호연, 정국 '세븐'에 한소희
멤버 외모, 군무 내세우던 '이미지형' 뮤비서 벗어나
"서사성 약하던 약점 보완... 뮤비 콘텐츠 파급력 확대"
배우 정호연(29)이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연인을 보며 반가워한다. 그런데 신호등이 켜지자마자 연인이 다른 여자를 향해 다가간다. 사랑이 엇갈리자 정호연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으로 분한 백발의 양조위(량차오웨이·61)가 등장해 정호연에게 알듯 말듯 한 표정을 짓는다.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인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룹 뉴진스의 두 번째 EP ‘겟 업’의 타이틀곡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뉴진스의 신곡 공개를 앞두고 뮤직비디오에 대스타 출연이 예고됐던 바 그 정체가 세계적인 배우 양조위와 정호연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이미지를 전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타 배우의 명성을 등에 업고 10년 전 유행하던 ‘드라마형 뮤비’를 재현했다는 평이다.
뉴진스, 정국… 배우 등장한 아이돌 뮤비 ‘흥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로스와 프시케 일화에서 착안한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는 사이드 A와 B로 나눠 총 두 개 버전이 공개됐다. A 버전에서는 에로스(정호연)가 신의 지위를 버리는 내용이고 B 버전에서는 인간과 사랑에 빠진 에로스를 아프로디테(양조위)가 나타나 저지하는 내용이다. 정작 뉴진스 멤버들은 에로스를 관찰하는 정령으로 잠깐 등장한다. 그럼에도 뮤직비디오는 두 버전을 합쳐 1,500만 회 조회수를 넘기는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솔로곡 ‘세븐’ 뮤직비디오 역시 유명 배우 한소희가 연인 역할로 출연했다. 한소희는 극 중에서 정국과 내내 충돌하다 극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다소 뜻밖의 조합으로 뮤직비디오 공개 직후부터 화제가 됐고 공개 열흘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넘겼다.
10년 전 2세대 트렌드 귀환… “팬덤 넘어선 파급력”
사실 3, 4세대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외모나 군무, 영상미 등 외적 요소를 내세우는 ‘이미지형’이 대세였다.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설정을 더하고(’아이엠’ 뮤직비디오), 초호화 불꽃 폭죽 아래서 멤버들이 군무를 소화했던(’애프터 라이크’ 뮤직비디오) 아이브가 대표적. 각 그룹의 세계관 서사가 다양하게 투영된다 해도 핵심은 여전히 역동적인 그래픽 이미지였다. 광야에서 블랙맘바와의 전투기를 그린 에스파의 뮤직비디오 '블랙맘바', '넥스트 레벨', '새비지'가 그 예다. 유명 배우가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드라마형'은 이미 아이돌 2세대 때 유행했던 방식이다. 2008년 빅뱅의 ‘하루하루’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박민영이 출연, 절절한 연기를 보여 화제가 됐다. 2011년 그룹 티아라의 ‘크라이 크라이’, ‘러비더비’가 담긴 뮤직비디오 역시 30분 분량의 2부작 드라마 형식이었다. 드라마형 뮤직비디오 형식이 재연되는 건 아이돌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으로까지 소구력을 높이려는 기획사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사성이 떨어진다는 이미지형 뮤직비디오의 맹점을 최근 드라마형을 통해 보완하는 추세”라며 “대중에 잘 알려진 스타 배우와의 시너지는 아이돌 팬덤을 넘어 파급력을 확장하기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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