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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사회 평균서 한참 벗어난

입력
2023.07.2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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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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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령 만 58세, 평균 재산 34.8억 원, 남성 80%. 대한민국 현재 국회의원의 현황이다. 2023년 대한민국 중위연령이 45.6세인데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이보다 13세나 많다. 충분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러나 국제적인 비교를 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45세 미만 의원의 비율이 평균 30.2%인데 한국은 그 비율이 7.41%에 불과하며, 조사대상 110개국(하원 기준) 중에 108등을 차지하고 있다. 40세 미만 의원의 비율도 국제 평균 17.5%인데 한국은 3.7%이다. 한국에서 인구의 절반이 45세 미만인데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은 국회의 7%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2022년 기준 한국 가구의 평균 자산이 5억 원으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의 7분의 1 수준이다. 사회의 평균보다 더 나이가 많고, 훨씬 더 재산이 많은 남성이 대한민국 국회를 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가 사회의 평균과 차이가 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은 정치 시스템이 사회를 반영하고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가 사회의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청년 의원이 인구 구성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소대표되는 현상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기후변화나 주택, 교육 등 장기적인 정책들이 청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이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경향을 보인다. 세대의 과소대표는 결국 의제의 과소대표를 낳을 수 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절실한 환경, 주거, 교육 문제들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급속한 경제발전과 성장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지금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위기와 절망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교육을 시키며 때론 발을 동동 구르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워킹맘의 고충을 기성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또 40대 중반인 나도 나의 아이들이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생인 딸은 종종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해봤자, 인류가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장이 둔화된 상시적 위기의 시대에서는, 고민해야 할 정책과 의제가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국회가 지금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점점 무당층이 증가하는 이유도, 어쩌면 국민의 평균과 너무 동떨어진 국회의 구성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국제의회연맹은 청년세대의 과소대표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지적하면서, 청년 정치인 지원 시스템, 청년 할당 등의 과감한 정책을 각국에 제안하고 있는데 참고해 볼 만하다. 정치를 바꾸는 일은 무엇보다 쉽지 않지만, 정치가 달라지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어젠다도 바뀌지 않고, 우리의 미래도 희망을 갖기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세대가 참여하고 다양성이 반영된다면 정치의 모습이 지금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 우리의 대표가 우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희망해본다.


김남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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