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등산 스타필드 건립 계획 두고
백화점 확장·이전용 미끼 의심
"市 환심 산 뒤 백화점 행정 절차
완료 후 쇼핑몰 포기하나" 뒷말
백화점, 지역 여론 그룹에 전달
市 "사업 이행 담보 조치 마련"
지난해 8월 17일, 신세계그룹이 광주광역시에서 복합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건립과 광주신세계 새 백화점 확장·이전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 "정말 광주에 복합쇼핑몰도 없냐"는 조롱이 끊이지 않던 터라, 지역 여론의 관심은 복합쇼핑몰에 쏠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광주시 안팎에선 "과연 신세계그룹이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해 광주에 1조 원 이상 투자할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불거졌다. 실제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내놓은 어등산 관광 단지 내 스타필드 건립 계획을 두고선 광주신세계 새 백화점 확장·이전 사업에 필요한 광주시의 인허가를 이끌어내려는 미끼 전략이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신세계그룹이 스타필드 건립 계획으로 복합쇼핑몰 유치에 조급한 광주시의 환심을 산 뒤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을 위한 각종 행정 절차가 끝나면 스타필드 건립 계획을 슬그머니 접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우려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해 12월 18일 광주시에 어등산 관광 단지 내 복합쇼핑몰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가라앉는 듯했다. 당시 광주시가 이 사업 계획서를 17년째 답보 중인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민간 제안서로 받아주면서다. 광주시는 이후 넉 달 뒤 이 사업 계획서에 대해 적정성 검토 용역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가 2030년 상반기쯤 어등산 관광 단지에 스타필드를 준공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업 계획서를 4월 28일 광주시에 다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제 투자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또다시 사고 있다. 이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1조3,359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6만4,463㎡(8만 평) 규모의 스타필드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사업 추진 일정을 보면, 2026년 상반기까지 스타필드 건립을 위한 각종 인허가 절차를 마친 뒤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광주엔 일러야 7년 뒤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셈인데, 그간 지역 민심을 뜨겁게 달궜던 복합쇼핑몰 이슈 몰이에 비하면 다소 맥이 빠지는 계획이다. 특히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광주신세계 새 백화점 확장·이전 사업 계획과 비교되면서 스타필드 광주 건립 계획이 또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광주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 동시 개발 계획을 불신하는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1월 판매 시설 면적을 현재보다 4배 넓은 13만6,951㎡인 새 백화점(지하 8층 지상 8층)을 신축 이전하겠다면서 지구 단위 계획의 구역 지정 및 지구 단위 계획 결정 입안 등을 광주시에 제안해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사업 계획서에 대한 적정성 검토 단계인 스타필드 건립 사업과 비교하면 속도감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세계프라퍼티가 복합쇼핑몰을 건립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이 확정되면 복합쇼핑몰 건립은 없었던 일로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유치와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이라는 이슈를 두고 행정 절차 진행 과정에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신세계 측은 최근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신세계그룹에 전달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에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민간 사업자 공모를 내면 관련 사항을 검토한 뒤 내부 절차를 밟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만, 통상 복합쇼핑몰 건립 공사 기간이 4~5년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2030년 완공 계획은 물리적으로 먼 시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광주시 머릿속도 꽤나 복잡해졌다. 자칫 신세계그룹의 '환심 전략'에 넘어가 광주 시민의 염원인 복합쇼핑몰 유치에 실패하고 호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내부에서조차 "시야를 넓혀 신세계프라퍼티, 광주신세계와의 협상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광주시 관계자는 "어등산 관광 단지 내 복합쇼핑몰 유치 등을 놓고 시청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잘 듣고 있다"며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민간 사업자 공모 지침에 사업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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