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검찰에 유화적 변호사에게 놀아나"
이화영 "변호사 해임에 내 뜻은 없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5일 변호인 해임 문제를 놓고 자신의 아내와 법정에서 이견을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 해임 신청은 나의 의사가 아니다"고 밝히자, 아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맞선 것이다. 재판은 부부의 엇갈린 입장만 확인한 채 30여 분 만에 끝났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재판을 열고, 배우자 A씨가 제출한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에 대한 이 전 부지사 의견을 물었다. 이 전 부지사는 "수감 중이어서 법정에 오기까지 그런 얘기를 못 들었다"며 "집사람이 오해하는 것 같고, 충분히 상의되지 않은 의사를 표현한 것 같은데 변호인 해임은 제 의사가 아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남편의 발언을 지켜보던 아내 A씨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A씨는 "(옥중 편지에서는) 이재명에게 (쌍방울 측의 대북송금을) 보고한 적 없다고 해서 해임서를 낸 것"이라며 "(남편이) 하지도 않은 일을 왜 했다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 회유당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정말 답답하다"며 "정신 차려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변호사한테 놀아났다"며 "해임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족으로서 이 전 부지사를 돕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에게 지시받거나 보고한 일이 없었다"고 주장해 온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북송금 사실을 이 대표에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의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 3일 뒤 이 전 부지사는 옥중편지를 통해 "진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입장을 재차 뒤집었다. 그러자 아내 기존 변호사들의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는 "변호인단 중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우려가 커졌다"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지시 여부에 대해 직접 입을 열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호인단이 모두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이 연기됐다.
검찰의 회유에 따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꿨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검찰 측은 "수사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고, 증인신문 녹취록이 공개되더니 갑자기 변호인이 불출석하는 등 재판마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위해 재판장께서 절차 진행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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