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출량 감소 절반 이상이 산업부문
발전부문 감소에 정부 "원전 효과" 내세웠지만
화력발전 배출량 감소가 주요 원인
지난해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이 2010년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보기엔 이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산업생산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배출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2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이 6억5,450만 톤으로 집계된다고 25일 밝혔다. 전년(6억7,960만 톤) 대비 3.5%(2,510만 톤) 감소했다. 잠정배출량은 유관기관 자료와 배출권거래제 정보 등으로 추정한 수치로, 내년에 확정될 실제 배출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배출량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이 처음으로 6억 톤을 넘은 2010년(6억5,610만 톤) 이후 최저치다. 이후 배출량은 계속 늘어 2018년 7억2,7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다시 6억 톤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가 남아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었다. 산업 부문에서만 전년보다 1,630만 톤(6.2%)을 덜 배출했다.
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가장 큰 철강업은 철강재 수출이 줄면서 전년 대비 배출량이 8.9% 줄었다.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석유화학업도 합성수지 등 수출이 줄어 배출량이 5.9% 감소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시멘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석유정제업은 유가상승과 수출량 증가 등으로 배출량이 늘었다.
에너지 생산을 뜻하는 전환 부문에서도 배출량이 970만 톤 줄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원전을 활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변화 효과”라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분석했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유류 등 화석연료 발전량이 줄면서 배출량이 980만 톤 줄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폐기물 등 기타 에너지원에서 배출량이 10만 톤 늘어 감소폭이 줄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2021년 안전문제로 발전량이 적었던 한빛 3·5호기가 정상 가동한 게 주된 요인”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미치는 건 고리2호기가 수명 연장 승인을 거쳐 재가동되는 2025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수송과 폐기물 등 부문도 배출량이 소폭 줄었지만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년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겨울철 평균 기온이 하락하면서 도시가스를 사용한 난방이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주춤하며 서비스업이 살아나면서 상업시설의 도시가스 소비량도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담긴 올해 목표(6억3,390만 톤)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배출량이 각 부문의 감축 노력이 아닌 경기 둔화 등 외부요인으로 줄어든 것도 한계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앞으로 감소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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