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동산 시장서 철수한 '차이나 머니'
미중 갈등에 아시아·남미로 방향 틀어
니켈 등 자원 부국과 동맹 다지기 나서
한때 미국의 고가 호텔을 싹쓸이하던 중국 '큰손'들의 행보가 확 달라졌다. 서구권에서 앞다퉈 발을 빼더니, 어느새 광물 자원이나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아시아와 남미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중국 자본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 크다. 이에 중국도 자원 개발을 매개로 비(非)서구권 동맹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부동산 시장서 손 뗀 중국 '큰손'
중국 자본이 아시아와 중동, 남미 등의 '자원 부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최근 눈에 띄게 가시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과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중국의 해외 투자 비중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나 늘어났다. 중동·북아프리카와 남미도 각각 14.7%포인트, 3.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각각 24.8%포인트, 11.8%포인트씩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7개국(G7)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74억 달러(약 9조5,000억 원)에 그쳤다. 2016년 840억 달러(약 107조5,000억 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이 같은 중국의 투자 흐름은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뭉칫돈은 국가 차원의 해외 투자 장려로 미국 등 서구의 각종 산업에 몰려들었다.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은 단연 '차이나 머니'가 휩쓸던 곳이다. 2015년 중국 안방보험이 뉴욕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당시 미국 호텔 역사상 최고가인 19억5,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 여파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은 국가 안보를 앞세워 중국 기업 투자에 선을 그었고, 중국 역시 지나친 자본 유출을 경계하면서 해외 투자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WSJ는 "지난해 코로나 봉쇄 해제에도 미국 등 서구와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으로선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 전성기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원 동맹 위해 아시아·남미와 손잡아
중국은 대신 아시아와 중동, 남미 같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신흥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금력을 앞세워 비서구권과의 '자원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액 295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 가운데 최대 비중을 차지한 것도 인도네시아(17%)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의 최대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6억 달러(약 8,000억 원)를 들여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브라질도 중국 자본의 주요 투자처가 됐다.
미중 갈등 국면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이런 행보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중국은 미국·유럽 등과 달리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 투자를 확장하기 시작했다"며 "금세기 가장 결정적인 지정학적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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