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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가 때린 뒤통수, 왜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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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가 때린 뒤통수, 왜 기분이 좋을까

입력
2023.07.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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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메시지 던진 '바비'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 경신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비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아름다운 눈과 탐스러운 머리카락, 날씬한 몸매를 가진 인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왠지 이 인형은 화사한 색상의 사랑스러운 의상을 입고 있을 듯하다. '바비' 속 전형적인 바비(마고 로비)가 그렇다. 아름다운 바비, 쨍한 분홍색 포스터를 선보이며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들을 통해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영화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의 흐름은 바비의 모험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진다. 초반부 바비들이 바비랜드에서 큰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여정 후에는 켄들이 바비들을 밀어낸다. 여성에게, 혹은 남성에게 권력이 쏠려 있는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관객들은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고 배웠고 결과가 완벽하진 않았을지언정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특정 성별에게 힘이 집중돼 있는 인형 세계의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간 인형들이 꿈과 동심 등을 상징해왔기에 작품은 한층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큰 충격은 관객들이 양성평등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바비'는 양성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다. 여자가 권력을 쥔 바비랜드도, 현실 세계도, 모험에서 돌아온 켄이 만든 남자 중심의 켄덤(켄+킹덤)도 모두 불평등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비'는 양성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다. 여자가 권력을 쥔 바비랜드도, 현실 세계도, 모험에서 돌아온 켄이 만든 남자 중심의 켄덤(켄+킹덤)도 모두 불평등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인간 세계까지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바비'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올해 발표된 유리천장 지수에서 미국은 OECD 조사대상 29개국 중 19위였는데 작품은 이러한 현실을 담아낸다. 영화 속 바비 제조사 마텔의 경영진은 모두 남자다. 여자가 권력을 쥔 바비랜드도, 현실 세계도, 모험에서 돌아온 켄이 만든 남자 중심의 켄덤(켄+킹덤)도 모두 불평등하다.

'바비'는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놀라운 점은 상황을 통해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을 그려내는 동시에 캐릭터의 입을 빌려 직접적으로 비판의 말을 던진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페미니즘에 대한 메시지를 대놓고 제시하고 남성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세계, 여성이 중요한 일들을 하는 바비랜드를 대비시킨다. 그런가 하면 현실 세계의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설움들을 대사를 통해 늘어놓는다.

그저 마고 로비의 '전형적인 바비'다운 비주얼, 화려한 분홍색 포스터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한 이들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게 된다. 지난 5월 공개된 메인 예고편을 봐도 '바비'가 성차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알아채기 힘들다. 이 문제에 관심 없었던 이들조차 예쁜 영상의 영화 한 편을 보려다 자연스레 평등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비'는 개봉 첫날 7,080만 달러를 기록하고 개봉 첫 주말까지 1억 5,500만 달러를 돌파하며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영화는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질문을 던지며 한동안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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