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0도 기록 그리스·이탈리아서
무더위에 노동자 파업, 교대 근무
독일선 ‘시에스타’ 도입 목소리도
폭염이 강타한 남유럽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일 못한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이들은 폭염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맞게 노동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8월까지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폭염으로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폐쇄됐던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 유적지 아크로폴리스. 더위가 다소 주춤하자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한 유적지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번엔 직원들이 ‘폭염 파업’에 나섰다고 19일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그리스 전역의 유적지 관련 노동조합은 “45도 이상의 날씨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매일 오후 4시부터 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관광객의 건강을 함께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크로폴리스 등 그리스의 유적지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몰려든 관광객이 더위에 쓰러지는 일이 속출했다. 유적지 입구에 '무더위 대피소'를 세우고,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노조는 “극한 환경에서도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했지만, 45도가 넘는 기온은 개인 노동자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리스 신화를 인용해 폭염에 ‘케르베로스’(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와 ‘카론’(저승의 뱃사공)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탈리아의 노동자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밀라노 인근에서 무더위 속에서 한 노동자가 횡단보도를 그리다가 쓰러져 숨졌다.
이탈리아 아브루초주(州)의 한 배터리 제조업체의 공장 근로자들은 “질식할 것 같은 더위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8시간 파업을 예고했다. 남부지역의 일부 공장에서는 무더위를 피해 새벽 4시부터 교대 근무를 실시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노동조합총연맹(CGIL)은 성명을 통해 “폭염은 노동자와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와 기업을 향해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일상이 된 폭염으로 ‘일하는 방식’ 역시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의 공중보건협회에서는 남유럽의 ‘시에스타(낮잠)’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독일 역시 지난 15일 올해 최고 기온인 38.8도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가 심상치 않다. 협회는 아침에 일찍 일을 시작하고, 더위가 최고조인 한낮에는 시에스타 시간을 갖는 남유럽 국가들의 전통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여름이 ‘거대한 변화’를 겪는 만큼 심각하게 고민해 볼 주제”라고 전했다.
다만 지금의 상태를 뉴노멀로 받아들인다면 기상 이변은 점점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은 “지금은 뉴노멀이 아닌 ‘새로운 비정상(New abnormal)”이라면서 “단순히 새로운 기후 상태에 도달했고 이제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영국 레딩대의 기후 과학자 한나 크록도 이번 여름은 ‘시작’일 뿐이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때까지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많은 조치를 빨리 취할수록 미래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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