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서연, ENA '행복배틀' 종영 인터뷰
캐릭터와 달리 가족과 제주살이 근황
"김윤철 감독과 작업, 존경심 들었죠"
배우 진서연이 스스로의 '행복'을 제주도에서 찾았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주부들의 삶과 욕망, 또 벤츠를 타고 아이를 명문 유치원에 보내는 송정아와 사뭇 다른 삶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옥에서 진서연은 본지와 만나 ENA '행복배틀' 관련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한 뒤,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리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스릴러 공모전에서 당선된 주영하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품위있는 그녀' '내이름은 김삼순' 등을 연출한 김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탄탄한 원작,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입소문을 타며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그렸다. 특히 후반부에 진입하면서 행복하게만 보이던 상류층 인물들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진서연은 '독전' '본 대로 말하라' '원 더 우먼' 등 작품에서 강렬하고 센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책임감 강하고 멋진 대표이사지만 실상은 연하 남편에 세 명의 남동생까지 부양 중인 가장 인물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었다.
최근 진서연은 3개월째 제주살이 중이다. 드라마와 반대로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 "아이가 흙 밟고 자연에서 뛰어다녔으면 했어요. 남편도 저와 생각이 같죠. 저는 '행복배틀' 속 엄마들의 부류를 직접 본 적도 없어요."
작품은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했지만 진서연은 감독의 부탁으로 소설을 보지 않았다. 다만 흥행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는 "엄마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여겼다. 극중 인물들은 자식에 대한 집착, 학구열, SNS 등 제목처럼 행복을 배틀한다. 이런 군상을 다룬다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몰입하기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가 소화한 송정아는 작품 속 뷰티 기능 식품 업체 대표지만 실상은 남편과 동생 때문에 피폐한 삶을 살게 되는 인물이다. 진서연은 "한국 문화의 특징이다. 장남장녀가 부모의 역할을 한다. 저희 땐 (장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과 공통점을 짚으면서도 "송정아는 유일하게 빌런이 아니다. 드라마 특성상 시청자들이 유추하게 만들어야 했다. 내가 초반에는 범인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극의 빌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빌런이 아니라는 것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반전이다. 이 부분이 바로 진서연을 매료시켰다. 극 후반 송정아가 악역이 아닌 가족에 헌신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진서연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은 오롯이 캐릭터란다. 분량에 상관없이 작은 역할이라도 매력적인 서사가 있는 인물이라면 출연을 결심하는 편이다. 영화 '독전' 역시 3일밖에 촬영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진서연을 있게 만들었다.
진서연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김윤철 감독에게 스스럼없이 대본 수정을 요청했다. 그는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해오는 감독님을 처음 봤다. 식사도 잘 안 하시고 동선을 확인할 정도다. 존경심이 들었다"면서 "제가 마음에 안 들면 대본을 다 따져서 바꾼다. 대사를 굉장히 많이 바꿨다. 감독님이 자기를 설득시키라고 했다. 설득이 안 된 적이 없다. 현장에서 바꾼 적도 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특히 송정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작품에서는 진서연의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갔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진서연은 송정아의 감정선을 이해하며 배신감, 처절함을 담아 팔을 휘두르겠다고 말했고 김윤철 감독은 이에 응했다. 실제로 진서연은 해당 장면을 찍고 3일간 몸살이 났다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실 속 진서연은 스스로 정립된 교육관을 갖고 있는 한 아이의 엄마다. "아기를 위해서 철판을 깔게 됐어요. 제주살이 속 흔들림은 없어요. 최대한 공부 안 시키고 놀게끔 하려고요. 제가 아이를 키울 때는 제 경험에 빗대는 편이에요. 자식이 행복하려면 부모 본인이 행복해야 하고 저는 일할 때 행복하니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촬영하느라 떠나 있을 때 죄책감 갖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가 6살이 되니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제 선택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안이 들어오는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그간 카리스마가 넘치고 또 주로 상류층 캐릭터를 맡아왔기 때문에 더 과감한 시도에 대한 욕심이 나는 것이다. 진서연은 "코미디와 멜로 작품이 안 들어온다. 강하고 세고 서늘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또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역할을 참 해보고 싶다. 요즘에는 다양한 여성 서사가 많다. 코미디를 잘할 자신이 있다. 주성치급으로 가능하다. 뼈를 갈아서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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