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GO, 17개국 글로벌 설문조사
"돌봄 더 하고 싶은 남자를 가로막는 사회구조"
"양도할 수 없는 육아휴직, 남성에게 부여해야"
어떤 질문
"남편인 당신도 아내만큼 육아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각국 남성의 89%가 "그렇다"고 답했다.
18일(현지시간) '전 세계 아버지 현황(SOWF 2023)' 보고서를 발간한 미국 비영리기구(NGO) 이퀴문도(Equimundo)가 미국, 중국 등 17개국 남성 약 7,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하지만 남성들의 '행동'은 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평균 192.3일의 육아휴직을 쓴 반면 남성은 22.5일만 썼다. 여성은 여가 시간의 55%를 가사노동에 할애했지만 남성은 19%만 사용했다.
남성이 집에서 제 몫의 노동을 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아는 엄마 몫? 더 이상 아냐"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전통적 관념은 분명 깨지고 있다. 조사 대상 17개국 중 인도를 제외한 나라의 남성 70~90%(평균 89%)가 "아버지로서 돌봄노동에 대한 동등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퀴문도는 미국, 캐나다, 중국, 스페인, 스웨덴, 멕시코,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호주 등 17개국의 데이터 수집회사 샘플에서 추출한 남녀 패널 약 1만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는 해당 국가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서 "아이를 먹이고,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엄마가 할 일"이라고 답한 남성은 32%에 그쳤다. 나머지 68%는 낡은 성역할론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아들에게도 요리, 청소, 형제·자매를 돌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육아휴직 못 쓰는 남자들… 왜?
하지만 현실 세계의 진전은 더뎠다. 왜일까. 영국 가디언은 "남성들은 가정 내 돌봄노동을 좀 더 하고 싶어 하지만 사회구조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 임금격차 △남성을 배제하는 육아휴직 제도 △'남성다움'을 요구하는 사회문화적 기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건 돈 때문이었다. 성별 임금격차로 인해 남성의 평균 소득이 여성을 웃돌기 때문에 부부 중 여성이 육아휴직 사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게리 바커 이퀴문도 최고경영자(CEO)는 "평균적으로 전 세계 남성의 급여는 여성보다 5분의 1 정도 많다"며 "더 많은 수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는 가정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직장 내 장벽도 높았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40%),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관리자 때문에"(36%), "친구와 가족의 시선 때문에"(18%)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는 남자도 돌봄을 좋아하고 돌봄에 참여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남성에게도 여성과 동등한, 양도할 수 없는 육아휴직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바커 CEO는 "여성의 육아휴직을 줄일 게 아니라 남성의 휴직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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