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으로 사망…남구 장례식장에 빈소
후배에 두목 물려줬지만 '상징적 존재'
팔순잔치 땐 300여 명 전·현직 조폭 모여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됐던 부산의 유명 폭력 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80)씨가 숙환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칠성파가 최근까지 경쟁 폭력조직과 세력 다툼을 벌여온 점을 감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19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2006년부터 뇌경색과 소아마비 후유증 등으로 상·하반신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해 온 그는 최근 평소 앓던 지병이 악화해 입원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형사 인력을 동원해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구 한 장례식장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칠성파는 최근까지도 부산의 또 다른 폭력조직 '신20세기파'와 심하게 세력 다툼을 벌이는 등 30여 년째 갈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파의 갈등은 1993년 7월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흉기로 살해하면서 시작됐는데 이 사건은 2001년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될 정도로 여파가 컸다. 2021년 5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가 난투극을 벌인 일도 있었다.
칠성파는 6·25전쟁 후 피란민과 원조물자, 수산물, 밀수품 등이 몰려든 부산항 주변에서 각종 이권을 챙기며 성장했다. 당시 학생 깡패조직이었던 '세븐스타(seven star)'가 조폭으로 바뀌면서 칠성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70년대 초반 조직을 장악한 뒤 2010년대 초반까지 칠성파를 이끌어왔다. 이후 두목 자리를 물려줬으나 칠성파의 상징적 인물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이씨의 팔순잔치에는 전·현직 조폭 등 하객 3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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