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청년층 부가조사'
'취업 포기' 세태 뚜렷
공무원 인기도 식어 가
“아등바등하며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버지 은퇴 전에 어디든 취직이 되겠죠.”
지난해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민수(가명·28)씨는 1년 넘게 집에서 쉬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까진 딱히 없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가 답했다. “대학생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바뀐 것도 전혀 없고 오히려 불행했어요.”
졸업한 뒤에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청년이 3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취업 포기' 상태인 청년이 고교·대학을 마친 미취업 청년 4명 중 1명꼴로 집계된 것이다.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도 늘고 있다. 일자리 시장에서 낙오된 청년이 ‘취포(취업 포기) 세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할 의욕 잃은 청년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50.5%)과 고용률(47.6%)은 전년보다 각각 1%포인트, 0.2%포인트 하락했다. 청년층 취업시험 준비자는 지난해 4년 만에 처음 준 데 이어 2년째 감소세다.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126만1,000명)으로 범위를 좁히면 ‘취포 세태’는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취업시험 준비자는 51만6,000명(40.9%)으로 1년 전보다 3만2,000명 줄었다. 이에 비해 여가활동 등으로 미취업 기간을 보낸다고 답한 비중은 확대(14.9%→16.2%)됐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답한 청년(25.4%)은 2년 연속 30만 명을 웃돌았다.
청년이 구직에 적극 나서지 않는 건 근로환경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청년 10명 중 7명(65.9%)은 첫 직장을 그만뒀고, 이 중 절반(45.9%)은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 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꼽았다. 취업을 했던 청년 10명 중 6명(64.4%)의 첫 월급은 200만 원이 안 됐다. 일각에선 청년층의 높은 눈높이를 지적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부재가 청년 취포 세태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공무원 선호 현상은 옛말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 선호도는 식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비율(29.3%)은 지난해보다 0.6%포인트 줄어든 반면, 일반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27.3%)은 3.5%포인트 올랐다. 특히 남자 취업준비생의 경우 일반 기업 취업 준비 규모(10만9,000명)가 공무원시험 준비(10만5,000명)를 넘어섰다. 여성은 아직까지 공무원시험 준비가 1위를 지키고 있으나 감소 추세다.
행정고시를 목표로 행정학과에 진학했다가 현재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기훈(가명·25)씨는 “박봉에 폐쇄적이기까지 한 공무원 문화가 너무 갑갑해 보인다”며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역대 최저를 찍는 등 청년층에서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진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