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붙잡은 조폭 58%가 젊은 조직원
SNS에 위력 과시, 또래 모임으로 소통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범죄 확장 영향
요즘 ‘조폭(조직폭력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한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가 조직 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SNS에 온몸을 문신으로 덮은 사진을 올리는 등 온라인으로 위력을 과시한다. 단체 술판 등 ‘또래 모임’을 통해 결속을 다지는 것도 달라진 세태다. 경찰은 대놓고 세를 불려 가는 젊은 조폭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3~7월 조직폭력범죄 특별단속을 통해 1,589명을 붙잡아 3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익 92억1,000만 원은 기소 전 몰수ㆍ추징보전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검거된 조폭의 절반 이상(919명ㆍ57.8%)이 30대 이하의 청년 조직원이라는 점이다. MZ세대 조폭은 활동성도 강해 조직의 핵심 활동층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조폭세계의 기류도 달라졌다. 음지에서 이권을 놓고 전쟁하는 방식은 이제 옛말이다. 전면전이라도 했다가 수사당국에 포착되기라도 하면 조직이 공중분해돼 버린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대신 또래 모임으로 불리는 온ㆍ오프라인 정기회합을 통해 범죄 정보를 교류하고 수익을 나누는 전략을 쓰고 있다.
또래 모임은 각 계파에 속한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조폭 대표가 모여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리딩방 주식사기 등 지능적 범죄 수법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39명을 무더기 기소한 전국구 폭력조직 ‘수노아파’ 사례에서도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폭 활동의 변화는 범죄 영역이 온라인으로 확장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단속에서도 도박사이트 운영에 연루된 조직원만 260명에 이른다. 폭력(720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보이스피싱 가담자도 60명이나 됐다.
경찰은 MZ세대가 조폭의 중추 세력으로 부상한 만큼 이들의 온라인상 활동과 연대 움직임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우선 온라인 소통망을 전수조사해 신규 조직원 가입 및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세력 확장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가벼운 시비가 조직 간 집단폭행으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각종 애경사, 회합 등의 첩보가 입수되면 초기 단계부터 합동 대응팀을 운영한다. 지난달 25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신20세기파’ 두목 결혼식에도 형사 30여 명과 첩보 분석팀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체계적 조폭 관리로 범죄를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철저한 신원보장과 보호조치를 병행하고 있으니 위법 행위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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