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라 부총리, 15년 전 “총 있다면 이민자를…”
지난달 ‘친나치’ 장관 사임… 한 달 만에 위기
집권한 지 한 달도 안 된 핀란드 우파 연립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입각한 극우 정당 출신 장관들의 과거 인종주의 혐오 발언이 설화를 일으키면서다.
영국 BBC방송은 극우 성향인 리카 푸라 핀란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최근 알려진 15년 전 자신의 인종차별 발언들에 대해 사과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라 부총리는 이날 트위터와 스레드에서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푸라 부총리는 2008년 ‘리카’라는 사용자명으로 “내게 총이 주어진다면 통근 열차에 시체들이 있을 것”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민자 청년들을 겨냥한 글이었다. “당신 옆을 지나가는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내는 소리는 휘파람이 아니라 치아 사이로 나오는 빌어먹을 쉭 소리”, “(아랍계 무슬림인) 압둘라가 더 열정적일수록 더 많은 침이 튄다” 등 피부색과 종교를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글도 썼다.
연정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지만 푸라 부총리는 사임하지 않을 전망이다. 페테리 오르포 총리는 푸라 부총리가 사과한 직후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감쌌다.
나토 회의 데뷔부터 체면 구긴 대통령
극우 행보로 물의를 빚은 내각 인사는 또 있다. 빌헬름 윤닐라 전 경제장관은 2019년 신(新)나치주의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아돌프 히틀러 찬양으로 해석될 법한 연설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리 란타넨 내무장관도 최근 ‘대체 이론’(좌파 주도로 유색 인종이 백인을 몰아내고 사회를 점령한다는 음모론) 신봉자가 아니라고 부인해야 했다. 설화를 일으킨 3명 모두 극우 민족주의 반이민 성향인 핀란드인당 소속으로, 푸라 부총리는 당대표다.
요한나 부오렐마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붕괴가 임박한 수준은 아니지만 거듭된 추문이 연정을 약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기도 공교롭다. 푸라 부총리의 구설은 핀란드 대통령이 정식 회원 자격으로는 처음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와중에 터졌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핀란드 방문(13일)이 임박한 시점이다. BBC는 “연정으로서도 총리로서도 모양이 사납다”고 논평했다. 무소속인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은 “연정이 인종주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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