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던 지적장애 청소년에 떠밀려 뇌손상..."사회복지사 보호해야"

지적장애2급 청소년 활동보조사 사연
큰 체구 아이에 떠밀려 바닥에 쓰러져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대구 한 마트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 글 작성자는 지적장애2급 청소년이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던 자신의 어머니를 밀쳐 뇌손상을 입혔다고 썼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던 어머니를 업무 중에 지적장애2급 청소년이 밀쳐 뇌손상을 입혔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장애인활동보조사 등 사회복지사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장애2급이란 이유로 한 가정을 뭉개버린 가해자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어머니가 돌보던 아이 때문에 발생한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냄새를 전혀 못 맡을 뿐 아니라 발음이 어눌해졌고, 불과 10분 전에 한 이야기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던 A씨는 2년간 돌보던 지적장애2급인 B군과 지난달 13일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 갔다. A씨는 B군에게 집으로 가자며 뒤에서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B군이 A씨를 밀쳤고, A씨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며 쓰러졌다. B군은 키 180㎝에 몸무게가 100㎏ 이상이라고 글을 올린 이는 전했다. B군은 쓰러진 A씨를 두고 도망치다 마트 보안요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A씨 가족들은 이 사고로 "어머니가 두개골과 후두 골절, 뇌출혈과 뇌진탕 등으로 심각한 수준의 후유 장애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B군의 부모는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장난으로 한 것이니 이해해달라"며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A씨 가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집안이 무너져버렸는데, 가해자 가족은 경찰조사에서 아들이 지적장애2급이니 절대 고의성 없이 장난으로 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작성자는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던 어머니가 지적장애2급 청소년에게 밀쳐져 뇌손상을 당했다고 썼다. 해당 사건 피해자가 충격 후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A씨 가족들은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을 돕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중대범죄를 저지른 장애인에 대한 법률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감형이 되고 정상참작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이니 이런 것(감형이나 정상참작)은 역차별적인 요소다"라고 주장했다.

A씨 가족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이런 아이는 장정이 붙어 돌봐야 하는데 그런 사회적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적장애 부모가 먼저 사과하고 위로를 해야 했다"며 B군 부모의 대응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자신을 중증장애인 부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이의 돌발행동 문제는 부모의 잘못이다"라며 "나도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일원이 되도록 만드는 게 인생 목표"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