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 출사표
지난 6월 29일 경기 이천 장애인선수촌에서 만난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권효경(22∙홍성군청)은 씩씩했다. 그는 “충남 홍성에서 지역 대회를 마치고 이제 막 선수촌으로 들어왔다”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일찌감치 출전권을 확보한 권효경은 “메달을 목표로 하면 부담이 될 것 같다”면서 “즐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여주고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야말로 눈부신 재능이다. 201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권효경은 3년 만인 지난해 칼 한 자루로 세계 무대를 휩쓸었다. 4월 첫 출전한 국제휠체어절단장애스포츠연맹(IWAS) 브라질 상파울루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고, 6월 태국 촌부리 월드컵에선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특히 9월 이탈리아 피사에서 열린 휠체어 펜싱 월드컵 여자 에페 카테고리 A등급에서는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마릴라 베레스(헝가리)를 15-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파란을 일으켰다. 생애 첫 금메달이었다. 이제는 유망주가 아닌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권효경은 금메달 확정 순간에 “기쁨보단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권효경은 “대회 직전 코로나19에 걸려 한 달 가까이 훈련을 쉬었다”며 “금메달리스트를 상대로 ‘재미있게 겨뤄보자’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출전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금메달까지 따 얼떨떨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금메달보단 ‘즐기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배웠던 게 더 큰 수확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어느덧 국가대표 4년 차. 국가대표가 된 후로는 기본에 더욱 충실했다. 기초 체력을 길렀고, 기본기를 튼실히 다졌다.
빨갛게 짓무른 그의 오른손이 많은 훈련량을 증명한다. 선천성 뇌병변장애를 가진 그는 마비로 몸 오른쪽을 못 쓴다. 오른손으로는 물건을 움켜잡을 수 없는 정도다. 그래서 펜싱 훈련을 할 땐 오른손과 휠체어를 스트랩으로 단단하게 묶어 두는데, 오랜 시간 격렬한 움직임으로 오른손이 이리저리 쓸리면서 상처가 생기는 것이다.
긴 선수생활은 아니었지만, 좌절의 시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슬럼프에 빠졌다. 권효경은 “내 실력을 가늠할 대회도 거의 없었고 지루한 훈련만 반복됐다. 기량이 향상되는지 정체돼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멘털 수업도 들었다. 우직하게 하다 보니 조금씩 알아서 극복되더라”며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에서 권효경은 주종목 에페에 출전한다. 찌르기로 승부 보는 것이 특징이다. 권효경은 “팔이 길어 거리 조절에 능하고, 스피드와 체력도 좋아 움직임이 많은 에페에서 조금 유리한 것 같다”며 종목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금메달을 위해선 역시 최대 라이벌인 중국세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중국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최상위권에 줄줄이 포진할 정도로 강세다. 그는 “아직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이겨 본 적이 없다. 스피드와 정확성 모두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2024년 파리 패럴림픽을 위해서라도 중국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 선수에게 꼭 승리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그 뒤에 이어지는 아시안패러게임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저도 후회 없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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