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인력정책위, 9월부터 이주노동자들
일터 변경 시 '같은 업종·지역'으로 제한 강화
"거주 이전의 자유 박탈" "불체자만 늘 수도"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고, 사업주 지시를 어길 수 없습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 안 하고 지역까지 제한하는 것에 이주노동자들은 너무나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네팔 출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정부가 향후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들어올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일터를 옮기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주노동자 단체와 양대 노총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더해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이중 족쇄이자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 이주·인권·사회단체들은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 부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필두로 농축업, 건설업, 조선업, 서비스업 등을 지탱하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산업이 멈춰버릴 정도임에도 기존의 사업장 변경 제한에 더해 특정 지역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도록 주거권 제한까지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동 제한을 이유로 노동자들이 수도권 등으로 이동할 경우 지역 인구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을 든 데 대해선 "인구 위기, 지역 소멸을 왜 이주노동자가 책임져야 하냐"고 꼬집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외국인력정책위 심의를 거쳐 정하는 '업종별 쿼터'는 고용허가제의 입법 목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지역별 제한은 고용허가제 입안 당시부터 현재까지 고려된 바도 없고 근거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음에도 벗어날 방법이 없거나, 재취업을 못 해 미등록(불법체류)으로 전락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더욱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9월부터 새롭게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기존 '업종 내 사업장 변경'에 더해 '지역 내 사업장 변경' 제한을 추가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 각종 이유로 일터를 옮기더라도 첫 일터가 수도권이면 수도권에서만, 충청권이면 충청권에서만 새 일터를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 범위를) 좁은 지역이 아닌 광역으로 설정했고, 향후 새로 입국하게 될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동의서를 받거나 입국 전에 충분한 사전 안내를 통해 (지역 제한을) 확실히 인지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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