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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대통령, 안 보이는 여당 대표

입력
2023.07.07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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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넘긴 김기현 대표 존재감
여야관계·중도 공략에서 해법 찾아야
9개월 남은 총선 결과로도 이어져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당 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원내대표를 거쳐 대표까지 올랐다. 국회의원 3선을 한 뒤 도백까지 지냈지만, 낙선의 아픔을 겪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정치 9단'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경력 같은데 자꾸 “존재감이 없다”고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얘기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진 않을 듯하다. 민주화 이후 들어선 역대 어느 정권을 돌아봐도, 집권 초 여당 대표가 주목받는 경우는 없었다. "운명공동체다" "정권 성공을 위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집권 초 여당 대표들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김 대표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김 대표의 운명공동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 리더십을 두고 지지층에서는 “시원시원하다”고 반색하지만 “거칠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구력이 좀 된다 하는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여의도를 거치지 않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한계로 꼽지만, 정작 윤 대통령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근 단행한 인사나 ‘이권 카르텔’ 척결 발언을 보면, 본인의 스타일을 집권 내내 끌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윤석열 정부의 명운은 내년 4월 10일 총선에서 갈린다. 이기면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겠지만, 지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총선 승리를 담보하진 않는다. 김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김 대표의 존재감은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통령 행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권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영수회담은 고사하고 여야 간극만 점점 벌어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번번이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린다. 두 번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력 부재를 입증한 셈이다. 야당이 괘씸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정치 경력 2년 차 윤 대통령에게 꽉 막힌 정국 해법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대통령과 야당을 설득해 정상적 국정운영을 끌어내는 건 20년 정치 경력의 김 대표 몫이다. 대결 구도로 야당의 입법 독주에 비방전으로 일관하는 건 정공법이 아니다. 조건을 따지면 안 된다. 여야 관계 정상화의 과실이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불과 4개월 전 김 대표 스스로도 “여야 협치 속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극우 색채가 짙어진다는 윤 대통령을 향한 우려도 김 대표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무당층이 30% 안팎으로 나타난다. 중도층 공략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선거 전략 측면에서 오른쪽으로 너무 기울면 유리할 게 없는 정치 지형이다. 더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윤심’ 논란이 선거판을 뒤덮을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총선에서 ‘박심’이 그랬고, 2020년 총선에서 ‘문심’이 그랬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아직 모른다.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 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중도층 공략은 필수다. 한쪽으로 기우는 추의 균형을 잡는 전략도 6번의 선거를 치른 김 대표의 머릿속에서 나와야 한다.

여의도를 거치지 않은 윤 대통령은 당에 부채가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 대표가 된 김기현은 다르다. 친이명박계였던 그가 친박근혜계에 중용된 이유는 깐깐하다는 소릴 들을 정도의 꼼꼼함과 정제된 화법이었다. “마약에 도취됐다”는 표현은 김기현식 정치가 아니다. 김 대표가 어떤 존재감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9개월 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표정은 달라질 것이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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