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삼성중공업이 만든 배가 복잡한 남중국해에서 요리조리 잘 가는 비결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삼성중공업이 만든 배가 복잡한 남중국해에서 요리조리 잘 가는 비결은

입력
2023.07.07 09:00
21면
0 0

망망대해 대서양 건넌 적 있지만
9000여 장애물 만나는 남중국해 처음

바다 위에서 자율운항 중인 삼성중공업 선박에서 충돌회피 항로를 항해사에게 설명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바다 위에서 자율운항 중인 삼성중공업 선박에서 충돌회피 항로를 항해사에게 설명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업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남중국해를 잇는 구간에서 선박 자율운항기술 검증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대서양 망망대해에서 이 기술을 검증한 회사는 있지만 9,000여 개 장애물을 만나는 복잡한 이 항로에서 스스로 위험을 알아차리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율운항 기술을 검증한 것은 처음이다.

회사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 거제조선소에서 만든 1만5,000TEU(20피트 컨테이너)급 대형 컨테이너선은 지난달 26일 거제항을 떠났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장착하고서다. 제주도를 거쳐 이달 1일 대만 가오슝항까지 약 1,500㎞를 운항하는 동안 이 컨테이너선은 자율운항기술을 활용했다.

컨테이너선에 적용된 자율운항 기술은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을 생각하면 쉽다. 차이점이 있다면 선박은 크기가 아주 커서 자동차처럼 물체가 가까워지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위험물체가 아주 멀리 나타났을 때 조타를 한다는 점이다.

자율운항 기술에는 자동식별장치(AIS)와 레이더, 카메라 센서, 센서융합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AIS는 바다 위에서 자기 위치를 다른 배에 계속 알려주고 레이더는 멀리 있는 다른 물체를 감지해낸다. 이런 정보들을 종합해서 상황을 인지하고 충돌 위험이 생기면 속도와 방향을 바꿔 피해 가라는 의사결정도 내린다. 모두 사람이 하던 역할이다. 자율운항시스템이 채택한 항로는 숙련된 항해사가 결정한 회피 경로와 90% 이상 일치했다고 한다.

망망대해가 8차로 고속도로라면 한국에서 남중국해를 잇는 항로는 좁고 번잡한 시냇길로 비유할 수 있다. 국내 항로보다 대형 선박이 더 많이 다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남중국해역에서 배의 정면(헤드온)과 측면(크로싱)에 다른 배가 접근하면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정확히 제시했다"며 "항해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자율운항기술 실증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이번 실증에서 반경 50㎞ 이내에 선박이나 부표 등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했고 실제 운항 도중 다른 선박과 아흔 번 이상 만났지만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우회 경로를 안내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삼성중공업 김현조 자율운항연구센터장(상무)은 "지난해 제주도와 독도를 돌아오는 실증에 이어 글로벌 항로에서도 실증에 성공하면서 삼성중공업의 앞선 자율운항기술력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전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선박자율운항단계(MASS)는 총 네 단계다. 1단계는 사람이 주로 운항하되 기계는 보조 역할을 하고 2단계는 사람이 개입해 기술을 활용한다. 3단계는 배 바깥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되 비상시에 대비해 일부는 배에 탑승한다. 4단계는 조타수(선장)가 키를 잡지 않고 완전 무인으로 운항한다. 다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완전 자율운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완전 자율운항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2, 3단계를 넘어가는 수준에 도달한 이 회사의 자율운항 기술은 보조장치로만 쓸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실증에 투입된 컨테이너선에는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상태 기반 장비 유지 보수 시스템과 전자로그북 등 다양한 최신 기능이 설치돼 선사는 선원들의 업무를 줄이고 선박 운영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