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계 과탐Ⅱ 의무 폐지
상위권 빠지자 Ⅱ과목 표준점수↑
입시업계 "본수능에선 차이 줄 것"
'과학탐구Ⅰ이냐, 과학탐구Ⅱ냐. 이것이 문제로다.'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고 수험생들의 고민거리가 늘었다. 과학탐구영역 과목 8개 중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Ⅰ을 고르느냐, 심화과목인 Ⅱ과목을 고르느냐,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올해부터 서울대 자연계 정시모집에서 과학탐구 Ⅱ과목 필수 응시 제한이 사라지면서 상위권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Ⅰ과목 선택이 늘었는데, 그 여파로 Ⅱ과목을 조금만 잘 봐도 높은 표준점수를 얻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9월 모의평가와 11월 16일 수능에서 과학탐구 선택과목을 둘러싼 수험생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촉발한 건 지난 6월 모의평가 결과였다. 과학탐구Ⅱ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예외없이 Ⅰ과목을 압도했던 것. 지구과학은 Ⅱ과목이 98점, Ⅰ과목이 71점으로 무려 27점 차가 났고, 생명과학 24점, 화학 22점, 물리학 17점의 격차가 났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물리학만 Ⅱ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이 Ⅰ과목보다 1점 높았을 뿐, 다른 세 과목은 Ⅰ과목이 Ⅱ과목을 앞섰다.
원인은 서울대 전형 변화와 상위권 수험생의 선택과목 이동이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자연계 학과 정시모집에서 과학탐구Ⅱ 응시자에게 최대 5점(탐구영역 2개를 모두 Ⅱ과목으로 응시한 경우)의 가산점을 부여하되 필수 응시 조건은 폐지했다. 가산점 5점은 결코 적지 않은 점수지만, 똑같이 만점을 받더라도 Ⅰ과목에서 오히려 높은 표준점수를 받았던 전례가 있던 터라 Ⅰ과목만 고르는 학생이 늘었다. Ⅱ과목은 응시자가 적고 상위권 학생은 많아 작은 실수로도 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6월 모의평가 과학탐구 과목별 응시자를 모두 더한 37만5,749명 중 Ⅱ과목 응시자는 1만7,286명으로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의 과학탐구Ⅱ 응시자 비율(5.7%)보다 1.1%포인트 내려갔다. 지구과학Ⅱ 응시자는 1년 새 5,018명에서 3,988명으로, 생명과학Ⅱ는 7,943명에서 6,297명으로 1,000명 이상 줄었다. 이런 Ⅰ과목 쏠림 현상은 Ⅱ과목에서 뜻밖의 효과를 냈다. 상위권 응시자가 줄어들자 과목 평균점수가 낮아졌고, 고득점 학생은 덕분에 높은 표준점수를 얻게 된 것. 표준점수는 응시자 성적과 평균 성적의 격차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탐구 Ⅰ·Ⅱ과목의 표준점수 격차는 실제 수능에서 다시 완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눈치싸움에 따라 선택과목 재이동이 예상돼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 과학탐구 Ⅱ과목을 선택했다가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Ⅰ과목으로 바꿨던 재수생들이 다시 Ⅱ과목으로 가게 될 것 같다"며 "Ⅰ·Ⅱ과목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울대만 노리는 학생이라면 Ⅱ를 고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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