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면 한 차례 사직서 제출 반려
"목적과 수단, 내용 모두 정당하지 못한 법"
"식구 감싸기, 檢 개혁 요구 한 원인" 지적
이근수 제주지검장도 사의…고위급 줄사표
사의를 표명한 조종태(65·사법연수원 25기) 광주고검장이 검찰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조 고검장은 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제도의 변경만으로는 정치적 중립성이나 수사의 독립성을 완성할 수 없고 마지막 퍼즐은 사람이 맞춰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검찰의 입장이 달라져 보이는 '검찰의 정치화'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과 관련해 "편법을 앞세운 정치권의 공세를 끝내 당해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법은 목적과 수단, 내용 등이 모두 정당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조 고검장은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본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따르거나 우리 식구를 감싸는 방식으로 그릇되게 권한을 행사한 경우도 있었다"고 짚기도 했다. 다만 "그것이 개혁 요구의 한 원인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
조 고검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그는 "제도를 아무리 바꾸더라도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는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검찰의 정치화와 선민의식을 경계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분을 다하려 할 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고검장은 지난해 4월 5명의 고검장들과 함께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반려됐다. 당시 조 고검장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국민이 그렇게 우습냐'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남 함안 출신인 조 고검장은 마산중앙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6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한 그는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범죄예방기획과장·정책기획단장, 대검 검찰개혁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거쳐 춘천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뒤 2021년 6월부터 광주고검장이 됐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점을 밝힌 이근수(52·28기) 제주지검장도 이날 사직인사를 올렸다. 이 지검장은 "옳고, 합당하며, 명분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갖춰 묵묵히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명예로운 검찰로 지속되기길 응원하겠다"고 했다.
서울 출신인 이 지검장은 여의도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19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법복을 입은 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수원지검 형사1부장·첨단산업보호 전문 수사단장 등을 거쳤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지내고,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6월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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