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인프라 기업과 손잡고 '익일배송'
"고객 빠른배송 익숙…오래 걸리면 도태"
앞으로 SSG닷컴에서는 생활필수품과 공산품 등 상온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한꺼번에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의 두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이 손잡고 최근 익일 배송 서비스인 '쓱1DAY(쓱원데이) 배송'을 시작한 것. 지금까지는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이마트PP(Picking&Packing) 센터를 통해 신선식품 위주로 당일·예약 배송을 했는데 G마켓 물류센터를 활용하면 생활필수품, 공산품 등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게 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이 익일 배송에 힘을 쏟는 이유는 쿠팡 '로켓 배송'(익일 배송)으로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다. 다른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도 물류 인프라를 갖춘 기업과 과감히 손을 잡거나 물류센터 신설에 큰 돈을 투자하면서 익일 배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몇몇 업체가 익일 배송에 도전했다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포기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롯데온·BGF리테일 포기했는데…SSG닷컴·큐텐은 도전장
앞서 익일 배송에 뛰어든 업체들은 물류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많이 들고 출혈 경쟁이 심화되자 지난해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했다. 2020년 5월 새벽 배송(익일 배송)을 시작했던 롯데온은 전용 물류센터 신설 등 여러 비용 부담이 크고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서비스를 멈췄다. 이후 회사는 롯데마트몰의 당일 배송 가능 지역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개선 중이다. 지난해 BGF리테일의 자회사 헬로네이처도 물류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진출 6년 만에 새벽 배송을 중단했다.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택한 방법은 다른 기업과 연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SSG닷컴은 G마켓의 물류센터를 활용하면서 회사가 갖춘 익일 배송 운영 노하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G마켓은 2014년부터 자사 입점 판매자 상품을 익일 배송하는 '스마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 등과 협업해 익일 배송을 포함한 빠른 배송 서비스 '네이버 도착보장'을 선보이면서 5월 기준 구매자 수를 오픈 초보다 네 배 이상 늘렸다.
판매자가 입점하는 형태의 오픈마켓 플랫폼은 익일 배송을 보장하면서 판매자 수를 늘리는데 집중한다.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 큐텐은 최근 인수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 각각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Qx프라임'을 론칭했다.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경기 김포시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면 판매자 대신 주문·포장·재고 관리 등과 함께 익일 배송을 진행한다. 판매자 입장에선 빠른 배송으로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오픈마켓 플랫폼은 판매자를 확보하면서 거래액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비자는 3, 4일 배송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
이들이 지난해 여러 업체가 포기했던 익일 배송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많은 소비자가 이미 익숙해지며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테스트 성격으로 접근한 곳이 많았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며 "배송이 사나흘씩 걸리는 플랫폼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쿠팡의 실적 상승이 다른 업체들에게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로켓 배송(익일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의 물류·배송 인프라에만 6조 원 이상 쏟으면서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의 증가로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 사실상 와우 회원이 이용하는 로켓배송의 성과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쿠팡, 컬리 등 일찌감치 익일 배송을 안착시킨 업체와 후발 주자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5년 샛별 배송(익일 배송)을 시작한 컬리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 단위로 넓힌다. 4월 경남 창원시 동남권 물류센터에 이어 3일 경기 평택시에 평택 물류센터가 문을 열었다. 앞으로 ①서울·경기 등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 일부 지역은 평택 물류센터에서 ②수도권 서북부 지역은 기존의 김포 물류센터에서 ③부산·울산·대구 등 영남 지역은 동남권 물류센터에서 샛별 배송을 맡는다. 쿠팡도 이날 명품 화장품을 로켓 배송하는 서비스 '로켓 럭셔리'를 선보이면서 로켓 배송 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익일 배송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고객이 빠른 배송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특정 시간에 상품을 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배송 시간대를 하루에 3~6회로 쪼개 배송 시간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이 성숙해지면 빠른 배송 경쟁보다는 배송 시간대 별로 요금을 차등화하는 식으로 고객별 니즈를 소화하는 서비스가 발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 공산품은 빨리 받는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신선식품의 경우 맞벌이 부부나 가정주부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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